[한마당-라동철] 사법부의 권위 기사의 사진
사법부는 입법권, 행정권과 함께 국가의 3대 권력 가운데 하나인 사법권을 관장하는 헌법기관이다. 재판을 통해 국가의 법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 사법부가 요즘 흔들리고 있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신에 휩싸여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는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 수행”이라고 적혀 있다. 협조 사례로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KTX 승무원 사건 등 20여 건의 재판을 거론했다. 대법원이 판결을 정치권력과의 거래나 흥정 수단으로 삼으려 했다고 의심받을 수 있는 정황들이다.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처리 방식을 놓고 소장판사와 고위 법관들 간에 이견이 있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결국 검찰 수사를 수용했다. 법관 개인비리가 아니라 조직적 범죄행위로 사법부가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초유의 일이다. 사법적 최종 판단기구인 사법부가 수사 대상이 됐으니 권위는 땅에 떨어진 형국이다.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공동입장문을 통해 “재판거래 의혹은 근거 없다”고 방어막을 쳤지만 괜한 오해를 부를 부적절한 처신이다. 사법부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행동으로 여겨지지만 그런다고 권위가 지켜지는 건 아니다. 권위 추락은 불신에 기인한다. ‘권력의 시녀’란 소리를 듣던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는 달라졌지만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은 여전히 깊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최근 전국 19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4%가 사법부 판결을 ‘불신’한다고 응답했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사법 시스템 신뢰도에서 우리나라는 42개국 중 39위였다. 우리 법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판결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관예우 관행도 뿌리가 깊다. 대법관 출신들도 전관예우에 기대 사익을 추구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사법부의 권위는 국민 신뢰에서 나온다. 권력이나 금력, 인맥 등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줄 때 신뢰가 굳어지고 자연스럽게 권위도 형성되는 것이다.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구태와 완전히 결별하는 게 신뢰와 권위 회복의 시작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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