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손수호] 인터뷰의 풍경 기사의 사진
새로운 뉴스는 대체로 자료, 현장, 인터뷰에서 나온다. 이 중 인터뷰는 취재의 꽃이다. 개별인터뷰, 그룹인터뷰에 따라 성격이 다르긴 해도 인물에서 뉴스를 끄집어내는 과정은 같다. 특종의 80%가 인터뷰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사람에 대한 관심, 대화체 기사의 힘을 감안하면 인터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인터뷰의 어원인 앙트르뷔(entrevue)는 프랑스 고어 서로(entre)와 보다(voir)의 합성어라고 한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주제를 놓고 대화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나는 가끔 인터뷰론을 강의할 때 3가지를 강조한다. 왜 만나나, 내가 누구인가, 그가 누구인가. 앞의 것은 본질에 관한 부분이고, 다음 것은 기자 신분의 문제이며, 나중 것은 그에게 꼭 듣고 싶은, 가장 적합한 이야기를 찾아내라는 주문이다.

근래 들어 기억에 남는 것은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 인터뷰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가 확정된 후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서 에러를 범했다. 인터뷰가 생중계되는 것을 알면서도 불편한 질문이 나올 기미가 보이자 “잘 들리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엉뚱한 질문을 자꾸 해서∼ 예의가 없어∼”라는 이유다. 그날 하루 동안의 발언을 전제로 한 앵커의 질문에 해당 인터뷰만 따로 떼놓고 답변하면서 불편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오만하고 무례한 행동이다.

이재명의 문제는 인터뷰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출발한다. 기자는 소속사를 대표하기도 하지만 제도권 언론 하에서는 공중을 대변한다. 그래서 불편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전해준다면 언론이 아니다. 이 당선자가 나중에 “수양이 부족하다”고 말했지만 인터뷰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질문을 하는 언론인 뒤에 수많은 독자와 시청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좋겠다.

북한의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인터뷰도 관심을 끌었다. 그는 지난 1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자리에서 ‘북측이 회담 연기 이유로 내세웠던 엄중한 사태가 해결됐다고 보느냐’는 남측 기자의 질문에 “불신을 조장하는 질문을 하면 되느냐”고 높은 어조로 따졌다. 그는 이어 기자에게 “어디 소속이냐”고 물었고 기자가 ‘JTBC’라고 답하자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라고 훈계조로 말했다.

이선권은 맡은 업무의 성격상 한국 언론의 매체별 성향까지 꿰뚫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작동되는 언론의 메커니즘 혹은 속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알면서도 그랬는지, 기자를 보도일꾼으로 보는 입장 때문인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든 당시 시점에서 그 질문은 필요했고, 그게 손석희 선생의 입장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가장 화끈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터뷰다. 그는 곧잘 뉴스 시장을 흔든다.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마친 뒤 회견장을 찾아 답변을 쏟아냈다. 57분 동안 30개가 넘은 질문을 소화하는 동안 공동합의문보다 민감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간이 짧아서 CVID를 다룰 수 없었다”는 언급도 그중 하나다. 나는 그의 인터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았는데, 너무 길다는 생각을 했다. 회담의 민감한 성격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앞으로는 김정은 위원장 차례다. 외교무대에 등장한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언론과의 만남이다. 지금까지 그에게 들은 것은 준비된 모두(冒頭)발언 정도가 전부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그랬고 싱가포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상황임을 알지만 기자단과 자유로운 인터뷰 시간을 가지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눈길이 달라질 것이다. 나에게 질문권이 주어진다면 꼭 묻고 싶은 게 있다. ‘발목을 잡는 과거’와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무엇이냐고.

손수호 (객원논설위원·인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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