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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그늘 아래 시린 물빛… 무더위 날리고 힐링∼

강원도 정선의 오지 계곡과 고원지대

푸른 그늘 아래 시린 물빛… 무더위 날리고 힐링∼ 기사의 사진
강원도 정선 고병계곡의 사다리소 폭포 물줄기가 웅장한 바위를 타고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다. 하늘을 가린 짙은 나무 아래 바위를 덮고 있는 진초록 이끼와 푸른 물빛이 서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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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내륙을 중심으로 중부지방에 30도 안팎까지 기온이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진다는 예보다. 올여름 어디로 가야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까. 강원도 정선의 오지 계곡과 고원지대가 떠오른다. 아직 세상에 덜 알려진 계곡은 조용하다. 시원한 물소리를 음악 삼아 계곡을 따라 걸으면 더위는 저만큼 물러나고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함백산(1572.9m) 자락에 위치한 ‘하늘길’에 들면 한낮 불볕더위에도 서늘하다. 해가 지면 반소매 차림으로는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다.

정선군 남면소재지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정선읍 방향으로 1㎞쯤 달리면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민둥산 서쪽 산자락을 끼고 돌며 한치를 넘는 길이다. 길을 가다 ‘삼내약수’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고병계곡으로 들어선다. ‘높을 고(高), 병풍 병(屛)’. 높은 산과 직벽의 바위들이 병풍처럼 계곡을 둘러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나무와 소사나무, 잣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울울창창하다. 빛 한 줌 들기 어려울 정도의 ‘원시림’도 품고 있다. 트레킹 코스는 3㎞.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철제 다리를 건너 숲에 들어서면 앞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알려주는 길을 지난다. 두 번째 철제 다리를 지나면 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계곡이 이어진다. 버들치 등 1급수 어종이 서식하는 맑은 청정수가 흐른다. 심심계곡 특유의 습한 분위기가 시원함을 뿜어낸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온통 초록의 세상이다. 하늘을 가린 나무 이파리들이 푸른 그늘을 내놓는다.

서두르지 않고 10분쯤 내려가면 할미소가 나타난다. 할미소를 이루는 폭포 위 철제 다리 위에는 쓰러진 나무가 이리저리 걸쳐져 있어 비밀스러운 느낌을 준다. 몸을 낮추고 나무 밑을 지나면 작은 안내판이 전설을 얘기한다. ‘계곡 위쪽의 버드내에 한 노총각이 어미와 살고 있었는데 멀리 떨어진 동네에 사는 한 처녀와 어렵사리 혼사가 이뤄져 장가를 들게 됐다. 드디어 장가가는 날. 3일 후에 온다며 떠난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손꼽아 기다리던 노파는 아들을 찾아 길을 떠나 이곳에 다다랐으나 그만 발을 헛디뎌 빠져 죽고 말았다. 죽은 할미의 눈물이 소(沼)를 이뤘다고 해 할미소라 한다’고 적혀 있다. 협곡의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할미소폭포는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깊은 원시림에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채 꼭꼭 숨겨져 있는 듯하다.

할미소 바로 아래에 사다리소가 자리한다. 길이 끊어질 듯하지만 낭떠러지에 작은 철계단이 놓여 있다. 물줄기가 웅장한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며 할미소보다 더 크고 힘찬 폭포를 내놓는다. 폭포 아래 숲 그늘에 들면 서늘한 기운이 피부 깊숙이 파고든다.

이곳에도 전하는 얘기가 있다. 옛날 인근에 사는 한 여인이 아이를 잃어버렸다. 여인은 아이를 찾아 계곡을 헤매다가 폭포와 소에 가로막힌 곳에서 지쳐 잠들었고 물줄기가 사다리로 바뀌는 꿈을 꿨다. 여인이 깨어보니 벼랑 앞에 나무 사다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여인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아이를 구해 내려오자 사다리는 사라지고 폭포 물길만 물안개에 자욱했다고 한다.

계곡보다 쉽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하늘길’이다. 과거 석탄을 나르던 옛길 ‘운탄고도(運炭古道)’가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 ‘운탄고도(雲坦高道)’로 태어났다. 정선군 고한읍의 하이원리조트를 둘러싼 백운산(1426m) 자락에 펼쳐져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발 1100m가 넘는 고지에 위치하면서도 평평하게 난 산길이다. 10여 개의 코스로 이뤄져 체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하이원리조트에서 출발한다면 마운틴콘도에서 하늘마중길·도롱이연못·낙엽송길을 거쳐 전망대와 하이원CC에 이르는 ‘9.4㎞ 3시간 코스’와 밸리콘도에서 출발해 무릉도원길·백운산·산철쭉길·마운틴탑·도롱이 연못을 거쳐 하늘마중길과 마운틴콘도에 이르는 ‘10.4㎞ 4시간 코스’가 인기다. 만항재(1330m)에서 화절령(960m)을 거쳐 새비재까지 이어지는 전체 하늘길은 40㎞ 거리다. 화절령은 예부터 정선을 질러가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봄철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해 행인이나 나무꾼이 꽃을 꺾어가곤 했기 때문에 ‘꽃꺾이재’ ‘화절치’라고도 불렸다.

하늘길의 비경 ‘도롱이연못’을 빼놓을 수 없다. 산중 작은 연못은 1970년대 산허리를 파 들어간 갱도 위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생겼다. 연못에는 탄광시절 광부가족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광부 아내들이 연못에서 도롱뇽을 보며 일 나간 남편들의 무사귀가를 기원했다고 한다.

도롱이 못에서 운탄고도 낙엽송길을 따라 1㎞쯤 걷다 보면 1177갱이 나온다. 과거 국내 최대 민영 탄광이었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최초 개발한 갱도로, 우리나라 탄광 산업이 첫걸음을 뗀 곳이다. 1177은 갱도 입구의 해발 고도를 나타낸다. 이곳에서 바라본 풍경이 장관이다. 백두대간의 능선이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슬로프에 만개한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 ‘야생화투어’도 인기다. 요즘 순백의 샤스타데이지, 루드베키아, 수레국화 등 제철 야생화가 손짓한다. 카트를 타고 마운틴베이스에서 마운틴탑·밸리허브·마운틴베이스까지 약 9㎞ 구간을 돌아오거나 곤돌라를 타고 마운틴탑에 오른 뒤 밸리나 마운틴코스 슬로프 트레킹투어를 할 수 있다.

하이원리조트에 올여름 더위를 물리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들어선다. 강원랜드가 총 1672억원을 들여 ‘유러피언 클래식’ 양식으로 조성 중인 ‘워터월드’는 총 면적 5만1038㎡에 파도풀·슬라이드 등 실내외 어트랙션 16종, 스파시설 18개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7월 개장한다. 로마 트레비 분수를 연상시키는 실내 파도풀을 비롯해 고대 그리스 코린트 양식의 열주, 스페인·터키 등의 건축물 특색을 반영한 야외 스파존 등 실내외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들이 마치 유럽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15㎝ 두께의 아크릴 재질로 만들어져 바닥과 벽면을 통해 안팎을 볼 수 있는 실내 투명풀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여행메모

고도 높은 하이원리조트 여름에도 서늘
황기족발·곤드레나물… 이색 먹거리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에서 나간 뒤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방면으로 향한다. 고병계곡은 정선군 남면사거리로에서 정선방면 59번 국도로 갈아탄 뒤 1㎞ 남짓 가다 한치·유평리 방면으로 우회전해 약수길을 따라간다. 6.5㎞쯤 가면 왼쪽에 삼내약수 방면으로 내려서는 길이 나온다. 삼내약수를 지나 넓은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에 ‘고병계곡’을 치면 반대쪽 하류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이곳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도 된다. 한치·유평리 갈림길에서 1㎞ 정도 더 가면 ‘고병계곡’이라고 쓰인 바윗돌이 서 있다. 바로 이어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끝까지 들어가면 주차 공간이 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아살미’마을에 닿는다. 토질이 비옥해 농사가 잘되고 흙을 쌀에 비유할 정도로 귀하게 여기며 가을에 산과 같이 많은 수확을 했다고 해 ‘아산미’라 불리다 ‘아살미’로 바뀌었다.

정선의 숙소로는 하이원리조트(1588-7789)가 손꼽힌다. 해발고도가 높아 한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다. 인근 고한읍 일대에 호텔과 모텔들이 몰려있다. 고병계곡 인근 유평리 쪽에는 ‘한치뒷산’(033-591-4999) 등 민박집이 몇 곳 있다.

황기족발과 콧등치기국수를 내는 동광식당(033-563-3100)을 비롯해 곤드레나물밥으로 유명한 싸리골식당(033-562-4554)이 추천 맛집이다.

강원랜드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사업인 ‘정·태·영·삼 맛캐다!’가 있다. ‘정선·태백·영월·삼척으로 맛캐러 다 함께 가자’의 줄임말이다. 지난 5월 영월읍내에 3호점 ‘동강함박’이 개장했다. 지역 특산물인 곤드레나물을 활용한 주 메뉴인 동강함박스테이크가 대표 음식이다.

정선=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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