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재중] 광주형 일자리와 군산의 눈물 기사의 사진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만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광주형 일자리’를 얘기할 때만 해도 “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과연 가능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많고 공장가동률이 80%에도 못 미치는데 굳이 추가로 공장을 지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오히려 윤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꺼낸 카드가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윤 시장은 선거에 불출마했고, 그가 4년간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는 국내 1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사실상 투자를 결정하면서 현실이 되었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이렇다. 광주시가 대주주로 참여해 관내 빛그린산업단지에 부지를 마련하고 현대차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2021년까지 연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곳 직원들은 기존 자동차 회사 생산직 근로자보다 낮은 4000만원대 연봉을 받는다. 대신 광주시가 주택·육아·교육·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실질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선 주로 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게 된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잘만 된다면 현대차로선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고, 노동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며 광주시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노·사·정 상생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있었다. 폭스바겐은 2001년 ‘아우토(Auto) 5000’을 추진해 기존 직원보다 20% 정도 낮은 임금으로 주당 3시간 더 일하는 조건으로 5000명을 신규 채용한 바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 자동차 3사(복스홀·재규어랜드로버·닛산영국법인)의 근로자 1인당 매출액은 14억9400만원으로 한국 3사(현대차·기아차·한국GM) 7억8200만원의 배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 3사의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2.8%로 영국 3사(6.1%)의 배가 넘는다. 이처럼 1인당 매출액은 낮고 인건비 비중은 높다보니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고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불러온 요인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주목받는 것은 일자리 창출 외에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혁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면 협력업체 등이 따라오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효과는 그만큼 커진다. 윤 시장은 “광주에 완성차 공장이 설립되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정규직 근로자 임금의 절반 수준에 차량 생산이 가능해져 1만2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를 강행하면 올해 임금 투쟁과 연계해 총력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는 기존에 없던 차종을 생산하기 때문에 현대차 노조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억대 연봉에 가까운 고임금을 누려온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 두려웠을까. 그렇다면 그들에게 지난달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근로자들의 눈물 어린 호소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난 15일 충격적인 고용지표가 발표됐다. 5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7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일자리가 메마른 상황에서 연봉 4000만원이라도 받고 일하고 싶다는 이들이 줄을 서 있는 게 현실이다.

마침 6·13 지방선거에서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새 광주광역시장으로 당선됐다. 이 신임 시장의 일자리위원회 경험이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이어져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는 일자리 창출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김재중 산업부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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