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유성진] 보수정당,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 기사의 사진
많은 이들이 예측했던 대로 2018년 지방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귀결됐다. 그간 한국 정치의 한 축으로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했다. 최근의 선거에서 정확성을 의심받아 왔던 여론조사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해냄으로써 그 유용성을 회복했고, 홍준표 전 대표와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기대했던 ‘샤이 보수’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본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보수의 패배는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한반도 평화 무드라는 구조적 악재에도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구태를 반복한 보수정당이 자초한 결과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에서 보수정당은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굳건한 유권자 지지기반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개된 정치 상황을 볼 때 유권자들이 보수정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경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올 지방선거 이전 보수정당은 유권자로부터 세 차례 변화의 경고를 받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거짓 약속으로 일관, 스스로 변화의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보수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첫 번째 경고 메시지는 2016년 20대 총선으로부터 나타났다. 당시 야권의 분열 속에 180석 이상 압승이 점쳐지던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새누리당은 122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박근혜정부의 소통 없는 국정 운영과 ‘옥쇄런’이라는 코미디를 보여준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에 유권자들은 강하게 경고했지만 새누리당은 허울뿐인 비상대책위 구성 뒤에서 청와대에 대한 충성 경쟁과 계파 갈등으로 일관했다.

두 번째 경고는 이른바 ‘국정농단’에 이은 탄핵 국면에서 던져졌다. 연인원 1700만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유권자들이 참여한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이면서 이를 무책임하게 방관한 새누리당에 대한 강한 질책이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응은 유권자들의 기대와 달리 국면에 따라 지리멸렬하게 탈당과 복당을 반복하는 계파 갈등에 이은 내부 분열이었다.

보수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마지막 메시지는 2017년 탄핵 가결에 이어 치러진 대선 국면에서 나타났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41.1%의 득표율로 손쉬운 승리를 거뒀지만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도 24% 득표를 기록, 유권자들이 보수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후 자유한국당이 보인 행보는 대안 없는 비판과 막말 정치, 그리고 내부 분열 지속이라는 기존 양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6·13 지방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보낸 세 차례의 경고에도 거짓 변화의 모습으로 일관한 보수정당이 자초한 것이다. 한국당에 기대를 걸었던 ‘샤이 보수’는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부끄러워하며 갈 곳 없는 유권자들이 되어 버렸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은 유권자들의 신뢰와 지지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잃어버린 유권자의 신뢰 회복이 보수정당 스스로의 뼈를 깎는 반성과 성찰로부터 시작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릎 꿇고 사죄하면서도 여전히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분의 구태를 지속하는 한국당 모습은 갈 곳 잃은 보수 유권자들의 기대를 또 저버리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유권자들의 통렬한 심판으로 이어져 결국 한국 정치에서 보수정당이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보수정당 몰락은 보수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건강한 민주주의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속에서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 보수정당이 유권자들의 시대적 변화 요구를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여 적극적인 인적 쇄신과 보수적 가치 재정립을 통해 진정성을 갖춘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를 희망한다. 결국 정당의 존재이유는 유권자들의 신뢰와 지지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 스크랜튼 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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