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나그네 된 자를 도와야” vs “무슬림 유입 혼란 우려”

제주에서 예멘인 500여명 난민 신청

[생각해봅시다] “나그네 된 자를 도와야” vs “무슬림 유입 혼란 우려” 기사의 사진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지난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내전에 시달리다가 고국을 탈출한 예멘인 500여명이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을 한 것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교계에서도 나그네를 환대해야 한다는 시각과 무슬림 유입은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양쪽 입장을 들어봤다.

▒ 이래서 환영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신 10:19)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마 22:39)

제주 예멘인을 환대해야 한다는 기독교인들은 두 성경 구절을 근거로 내민다.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적 가치를 먼저 고려하자는 것이다. 양희송 청어람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이들이 여러 이유로 난민을 박대하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은 최후까지 나그네 된 자들을 돌봐야 한다”며 “성경이 항상 강조하는 이야기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에게 호의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교사들은 예멘인을 향한 혐오 대신 긍휼과 사랑의 시선을 주문했다. 한국 선교사가 갈 수 없는 예멘의 현지인들이 스스로 한국을 찾은 것은 복음을 전할 기회라고도 했다.

2년 전부터 국내 예멘인을 돕고 있는 A선교사는 “그들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및 부족 간 내전을 경험하면서 이슬람에 지쳤다고 말하고 있다”며 “예멘인들은 온건한 무슬림이 대부분으로, 가난한 사람도 있지만 중산층으로 살다가 가족과 집을 잃은 경우도 많다. ‘골든타임’에 교회가 도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기서 의미하는 골든타임이란 숙소와 일자리를 마련해 안정적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3∼6개월 정도의 기간이다. 그는 “만약 교회와 기독교인마저 이들을 배척하고 거부한다면 도리어 극단적 이슬람주의로 변할 수 있는 동기를 줄 수 있다”며 “이웃 사랑의 관점으로 대하자”고 말했다.

현재 제주에서는 시민단체들과 일부 기독교인들이 예멘인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인 중엔 5명의 자녀를 둔 예멘인 가족을 자신의 집에 초청해 생활하고 있는 하현용 목사도 있다. 하 목사는 페이스북에 ‘예멘 난민 한 가족과 함께 살기’라는 제목의 글도 올렸다. 그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이들의 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예멘인들을 위한 기도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한국디아코니아(상임이사 홍주민)도 “난민은 세계 시민으로 우리 이웃”이라며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심정으로 기부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상목 김나래 기자 smshin@kmib.co.kr

▒ 이래서 경계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기독교인이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이 무슬림이라는 점과 정치·종교적 박해를 피해 제주도에 온 게 맞는지 확실치 않다는 점 등이 근거다.

제주도민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제주노회장 이정일(서귀포명성교회) 목사는 “중동에서 고난을 겪고 멀리 제주도까지 온 예멘 난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대책은 필요하다”면서도 “우리보다 먼저 난민을 수용한 국가들에서 난민이 연루된 사고들을 감안하면 제주도가 혼란에 빠질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개인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페이스북에 “독일 등 유럽에서처럼 테러와 집단성폭행 등이 재현될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조혼, 할례 등 무슬림의 비인권적 여성 학대를 언급한 100여개의 댓글을 모은 SNS 계정도 있었다.

난민들에게 무조건적 호의를 베푸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제주에 온 예멘 난민 대부분이 정치·종교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한국에 왔다는 것이다. 이만석(한국이란인교회) 목사는 “제주도에 있는 무슬림 난민 신청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면서 “유엔이 정의한 난민의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난민헌장 1조를 통해 ‘사회 집단 구성원의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원치 않는 자’를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난민법과 난민 신청 절차의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목사는 “난민 신청자 중 신청 이유와 실제가 다른 경우가 많아 한국의 보호가 실제로 필요한 난민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무슬림에 의한 박해를 동시에 받고 있는 중동 기독교인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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