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임대료 인상이 더 무섭다 기사의 사진
정부세종청사 옆의 상가건물에 있던 ‘브런치 가게’ 한 곳이 최근 문을 닫았다. 6000원 정도의 가격에 수제 햄버거를 즐길 수 있어 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물론 주민들에게 입소문을 탔던 곳이다. 지나치게 비싼 임대료가 폐업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뒷말이 나온다.

실제로 청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세종시 어진동 인근 상가의 월세는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다. 46㎡(약 14평)의 가게를 빌리는 데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80만원을 내야 한다. 저렴한 식사를 제공하면서 이 임대료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브런치 가게의 폐업은 일자리 통계에도 미약하나마 영향을 미쳤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임대료 압박은 극단적 선택도 불러온다. 건물주와 임차인의 갈등이 불러온 ‘궁중족발 사태’가 대표적이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던 김모(54)씨는 건물주 이모(60)씨를 망치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됐다. 건물주 이씨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97만원이던 임대료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한 게 폭력을 불렀다. 김씨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온 인건비 압박보다 임대료가 더 급박했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5월 고용통계를 보면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청년층(만 15∼29세)의 실업률은 10.5%나 된다. 199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5월 기준으로 최대치다. 건설 일용직과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 수는 각각 전년 대비 2.2%, 7.9% 감소했다. 최저임금이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이런 수치를 바탕으로 한다. 아르바이트생 시급이 올라서 영세사업자들이 채용을 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보다 임대료가 더 큰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영세사업자의 최대 고민거리는 인건비가 아니라 임대료라는 지적이다. 21일 국세청에 따르면 소득 산정이 확정된 2016년 기준으로 세금을 뺀 임대 소득 규모는 17조8375억원에 이른다. 순수익만으로도 지난해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를 상회한다.

이 가운데 상가 임대 소득은 얼마일까. 국세청 관계자는 “상가만 별도로 임대 소득을 산정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정부조차 통계를 못 내는 상황이다 보니 건물주들이 편의에 따라 임대료를 올려도 막을 길이 없다. 수익 악화는 고용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임차인을 보호할 방법이 있기는 하다. 다만 한계가 뚜렷하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계약 이후 5년이 지나면 월세를 몇 배 올리든 건물주 마음대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제한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년은 사업자들이 투자이익을 회수하기에 지나치게 짧다”며 “최저임금보다는 임대료 상승폭을 제어하는 게 영세사업자와 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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