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독약은 안 마시는 게 최선 기사의 사진
정부의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 발표를 놓고 담배회사들의 공세가 거세다. 타르가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검출된 것만 부각하고 다른 유해물질 감소는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며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 발표를 못 믿겠고 공개된 결과에도 왜곡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타르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험도와 유해성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타르는 담배 연소 과정에서 생기는 걸로 알려져 있으니, 연초를 쪄서 나오는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의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연소가 아닌 가열만으로도 타르가 더 높게 나온 점을 오히려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담배회사 주장처럼 궐련형 전자담배가 정말 연소가 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타르는 한 가지 화학물이 아니라 화학물질들의 복합체다. 많은 발암 성분이 섞여 있다. 그래서 담배회사들의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실험 및 분석 결과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나타난 사실을 수긍하는 게 마땅하다.

담배회사들은 지금까지 자기들이 유리한 방식으로 실험하고, 제 입맛에 맞는 해석을 해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의 해로움을 90% 이상 제거한 제품이라고 홍보해 왔다. 이해당사자인 담배회사의 연구 결과들이야말로 객관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없다.

담배회사의 전략은 명백하다. 끊임없이 담배의 해로움을 감추고 마치 자기들이 덜 해로운 담배를 만들었으니 계속 피워 달라는 것이다. 담배의 해로움이 문제되기 시작한 1960년대에는 필터담배를 내놓아 흡연자들을 현혹했다. 그것이 별 효과 없다는 게 증명되자 나중에는 저타르 담배를 팔았다. 그것도 암을 줄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는 담배 브랜드에서 ‘저타르, 마일드, 라이트, 순하다’ 식의 모든 표현을 금시시켰다. 마침내 궐련형 전자담배가 등장한 것이다.

저타르 담배에서도 나타났지만 실제 발암성분이 줄어도 몸속에서 암 발생이나 해로움이 감소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흡연 습관에 따라 해로움이 달라질 수 있다. 담배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흡연자들이 절대 속아 넘어가선 안 되는 이유다.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회사의 속셈을 간파하고 진실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건강이 걱정된다면 금연하면 된다.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탄 것은 금연이 아닌 다른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에 불과하다. 덜 해로운 담배로 바꿨다고 착각하겠지만, 실제 인체에서의 해로움은 똑같을 수 있다. 담배회사의 말처럼 그들이 흡연자의 건강을 걱정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설령 독성물질이나 발암성분이 약간 적게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은 독약을 물에 타 희석시켜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약은 마시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 물에 타서 마시면서 위안을 삼아선 안 된다. 건강을 염려하는 가족의 말을 듣기보다 담배회사를 더 신뢰할 것인가.

덧붙여 한 번 더 짚고 넘어갈 것이 담배회사의 ‘덜 유해한 담배’ ‘안전한 담배’ 프레임이다. 담배회사는 그간 신종 담배를 내놓을 때마다 일반 담배와 비교하며 이런 전략을 써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일반 담배와 비교하며 어떤 것이 더 유해하고 덜 유해한지, 어떤 담배를 피우는 것이 더 나은지를 논의의 중점에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세상에 덜 나쁜 담배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새 담배 제품이 나올 때마다 벌이는 유해성 논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신 흡연과 금연, 둘의 효익과 해악을 비교하며 금연의 필요성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민태원 사회부 부장대우 twmi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