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성수] 당명(黨名) 기사의 사진
가자코리아. 월드컵 축구팀을 응원하는 문구 같지만, 엄연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의 명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인이 됐지만, ‘친박연대’는 건재하다. 새누리당, 한나라당 등 자유한국당이 폐기 처리한 옛 당명을 그대로 가져다 쓴 정당도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국내에는 현재 33개의 정당이 등록돼 있고, 그만큼의 당명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처럼 익숙한 당명이 있고 우리미래, 한누리평화통일당 등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조차 생경한 이름도 있다.

당명에는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가 주로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민중민주당처럼 ‘민주’가 당명에 단골손님처럼 호출되는 이유다. 여기에 노동, 자유, 평화 등 각 정당이 추구하는 노선과 철학을 이어붙이는 것이 당명 작명의 흔한 공식이다.

33개의 당명 목록에 조만간 변동이 생길 전망이다. 우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당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역사적 패배를 기록한 이후 일성으로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2월 새누리당에서 당명을 바꾼 지 불과 18개월여 만이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의 당명도 오래갈 것 같진 않다. 야권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 당명도 덩달아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당명 교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잦았다. 민주당은 2000년 이후에만 9차례 이름을 바꿨다. 새천년민주당에서 시작해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새정치민주연합 등의 당명을 거쳤다. 통합민주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 단어의 앞뒤만 바뀐 경우도 있었다. 진보계열 정당도 예외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에서 떨어져 나온 정의당의 이전 당명은 진보정의당이었다. 그러니까 잦은 당명 교체는 여야를 떠나 한국 정당 전체에 널리 퍼져있는 바이러스다. 분당과 합당 등 잦은 정치적 이합집산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주요 선거에서 심판을 받은 뒤 ‘호박에 줄 긋기’ 식으로 당명부터 바꾸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민주주의 역사가 긴 국가에서는 주요 정당의 당명은 여러 세대를 거쳐 유산처럼 전수된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이 대표적이다. 한국처럼 당명이 단명하는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시대를 ‘한국사’로 배워야 할 후손들은 변덕스러운 당명 변경 탓에 머리가 꽤 아플 것 같다.

임성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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