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이 개인 고객의 대출금리를 산정해온 행태는 ‘사기’에 가깝다. 은행마다 신용·소득·담보를 반영해 금리를 정하는 공식이 있다. 전산 프로그램에 대출신청자 정보를 입력하면 금리가 계산된다. 금융감독원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9개 은행의 금리산정 체계를 점검한 결과 이런 시스템은 허울에 불과했다. 8300만원인 신청자 연소득을 0원으로 입력해 추가 금리를 물리고, 엄연히 담보를 제공했는데 무담보로 처리해 2.7% 포인트나 높은 이자를 매겼다. 신용등급이 올라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자 이유 없이 우대금리를 줄여버린 경우도 있었다.

은행은 “직원 실수”라지만 적발된 사례가 수천 건이라고 한다. 특정 지점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은행 여러 지점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됐다. 고의적이고 관행적인 사기극이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대출 시스템에 어두운 개인 고객에게 ‘갑질’을 해온 셈이다. 금감원은 이를 적발하고도 어느 은행에서 얼마나 피해가 발생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니 은행은 사과 한마디 없다. 수많은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인지도 모르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막대한 이자 이익과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그 이면에서 벌어진 사기성 행태를 단순한 환급 조치로 넘어간다면 소비자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이미 “외환위기 때 혈세로 살려놓으니 국민을 등쳐 먹는다”는 글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당국은 금리조작 실태를 낱낱이 공개하라. 소비자는 알 권리가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은행에서 벌어진 일이다. 저축은행 등 나머지 금융기관은 더 심각할지 모른다. 전수조사를 벌여 부당하게 받아간 이자를 철저히 토해내게 하고 관련자와 기관을 엄벌해야 한다. 재발을 막으려면 제도적 보완과 함께 치열한 금융소비자 운동이 필요하다. 금융권은 제조업에 비해 소비자의 감시가 느슨했다. 또 당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눈을 부릅떠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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