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특허 받은 수술’ 광고에 혹했다가… 평생 상처 얻는다 기사의 사진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 결정 이후 미용·성형과 비만, 한방 분야를 중심으로 편법·불법 의료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의료법 위반으로 보건 당국에 적발됐거나 불법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 의료광고들. 보건복지부,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맨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의료기관 홈피 포털 SNS 앱 등 허위 광고에 화 당하는 사례 증가
최근에는 투병 환자의 간증이나 인터뷰 동영상 이용한 광고 빈번
환자가 직접 인터넷에 게시한 것 불법 아니지만 편법인 경우 많아
정부, 사전심의제 9월 28일 부활… 신종 매체 급증해 실효성 의문


주부 유가영(가명·46)씨는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매 교정과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국내 최대 성형 정보 애플리케이션(앱)에 소개된 해당 성형외과의 화려한 광고를 보고서다. 하지만 수술이 잘못돼 심한 후유증으로 1년 넘게 고통받고 있다. 양 눈은 심각한 비대칭이 됐고 부작용이 생겨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유씨는 25일 “조카가 괴물이라고 놀리는 바람에 제 아이가 상처를 받았고, 저는 남편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며 울먹였다. 해당 성형외과의 제안으로 처음 집도의와 다른 의사에게 재수술까지 받았으나 눈 상태는 더 나빠졌다.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유씨는 결국 대학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눈 근육이 끊어질 위험이 높다”는 병원 측의 말에 또 한번 좌절했다. 유씨는 해당 성형외과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처음 성형외과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리얼 후기가 너무 그럴 듯했고 혹시나 해서 포털에서 원장 이름을 검색했는데, 믿어도 된다는 평이 많았다. 상담 시에도 그림 그리듯 얘기해 혹했다”면서 “결국 낚시질에 걸린 것”이라며 후회했다.

이모(39·여)씨도 2015년 9월 성형 앱과 홈페이지에서 특허 받은 수술법이라는 광고를 접하고 모 성형외과 의사로부터 돌출입과 광대뼈, 사각턱 수술을 받았다가 입천장이 뚫리는 의료사고를 당했다. 샤워할 때 비눗물이 코로 들어와 심한 통증을 겪고 위아래 12개의 치아를 쓰지 못해 음식을 씹지 못한다. 이씨는 “특허 받은 기술을 내세워 손님을 끌어 모으려는 과장광고였음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인터넷에 우후죽순 올라 있는 성형 광고 중에 어떤 게 진짜인지 소비자는 알 수 없다”며 눈물을 삼켰다.

과대 성형 광고 등 성행

이처럼 과장되거나 허위인 의료광고로 인한 피해는 환자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준다. 특히 의료기관 홈페이지(블로그·카페 포함) 포털 SNS 앱 등 온라인 매체에 실린 광고에 혹했다가 화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용·성형이나 비만, 라식·라섹, 한방 의료기관 일부에서의 편법·불법 의료광고 폐해가 심각하다. 2015년 12월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처벌하도록 한 의료법 규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난 이후 불법 의료광고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건 당국은 헌재 결정 전까지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등 3개 의료단체에 해당 분야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를 위임해 사전에 어느 정도 걸러지도록 했다. 하지만 위헌 결정 이후 보건 당국이 사실상 규제에 손을 놓으면서 의료광고는 2년 넘게 고삐가 풀리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대신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함께 불법 의료광고의 사후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인터넷광고재단은 2016년 3차례, 지난해 4차례, 올해 상반기 2차례 온라인 의료광고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복지부와 재단은 지난해 8월 성형 미용 비만 등 의료광고 4693개를 분석해 공개했다. 그 결과 전체의 27.4%(1286개)가 의료법상 위반에 해당됐다. 과도한 가격 할인과 각종 검사 및 시술 무료 제공 등 환자 유인, 거짓·과장 문구 사용 등 불법 광고를 한 318개 의료기관이 적발됐다. 의료전문 소셜커머스의 광고물 89.5%, 앱의 19.3%, 홈페이지의 14.7%가 불법 광고로 파악됐다.

또 회원 수 10만명 이상 성형 분야 인터넷 카페 26곳에서 한 달간 게시된 치료 후기 976개를 분석한 결과 거짓 후기로 의심되는 308개(31.6%)를 찾아냈다.

재단은 주요 거짓 후기 의심 유형 10가지를 분류해 공개했다. 시·수술 만족도 과장, 병원·의사에 대한 지나친 칭찬, 부작용 등 안전성 과장, 댓글·쪽지로 문의 유도 후 비용 설명 유형 등이 많았다.

2016년 10월엔 성형미용 분야 의료기관 657곳의 홈페이지 카페 블로그에서 로그인 등 제한 절차 없이 환자의 치료 경험담을 광고해 의료법을 위반한 174곳(26.5%)을 적발하기도 했다.

인터넷광고재단 박상용 팀장은 “매번 적발해도 계속 올라온다”면서 “특히 SNS와 앱에서의 광고 수법은 날로 진화해 사후 적발로는 규제가 쉽지않다”고 말했다.

치료효과 보장 소비자 현혹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맨은 지난해 7월 서울 소재 481개 성형외과 홈페이지에 실린 의료광고 6157개를 대상으로 불법성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의료기관의 75.5%(363곳)가 의료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의료광고를 게재하고 있었다. 또 전체 광고물의 22.8%(1405개)가 불법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자권리옴부즈맨은 의료법 및 의료법 시행령상 금지되는 의료광고 11가지 유형을 분류하고 적발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치료효과 보장 등으로 소비자 현혹 우려가 있는 의료광고다. 예를 들어 광고물에 ‘단 하루’ ‘단 한번에’ ‘한방에’ ‘한번에 끝’ ‘두번은 없다’ 등 치료기간을 단정적으로 명시한 문구를 넣는 경우다.

또 ‘완벽’ ‘완전’ ‘완치’ ‘확실’ ‘최상’ ‘최대’ ‘가장’ ‘영구’ ‘Perfect’ ‘100%’ 등 극대적 표현을 넣는 것도 위반 사항이다. ‘제로’ ‘∼제거’ ‘NO’ 등도 마찬가지. ‘리얼 스토리’ ‘리얼 후기’ 등 환자의 실제 치료 경험담이나 치료 후기를 담은 문서, 사진 이미지, 영상 등으로 광고하는 것도 해당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특히 환자의 투병(혹은 성형) 간증이나 인터뷰 동영상을 이용한 의료광고가 최근 성행하고 있다”면서 “환자 본인이 아닌 의료기관이 홍보 또는 광고 목적으로 제작해 게시하면 불법”이라고 말했다. 동영상에 의료기관 상호나 연락처, 홈페이지 주소 등을 자막으로 추가해도 마찬가지. 이런 유형의 광고는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말기 암 전문병원 등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완치, 호전, 치료 사례’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게시돼 있거나 별도 제작된 배너 클릭 시 다수의 투병 간증 및 인터뷰 동영상 목록이 나온다.

안 대표는 “투병 간증 의료광고는 적은 비용으로 큰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고 특히 말기 암 등 생명과 직결된 환자나 가족에게는 ‘신앙 간증’처럼 치료 효과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어 선호된다”고 말했다.

실제 희귀 말기암 환자인 A씨(66·여)는 지난해 6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옻나무추출물로 암을 치유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서울 서초구의 한 한의원에서 3개월여간 800만원을 내고 치료받았지만 암이 더 커졌고 이달 초 결국 세상을 떠났다.

A씨 보호자로 현재 미국 헬스케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모 변호사는 복지부와 서초구보건소에 한의원의 과장광고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보건소는 조사해 광고물에서 ‘∼방지, ∼억제, ∼괴사’ 등 치료효과를 과장하는 문구 삭제를 지시했다.

이 변호사는 “이후 한의원이 폐업해 PC 홈페이지에선 광고물을 볼 수 없으나 모바일로는 같은 문구가 나오는 광고를 여전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암 환자 대상 영양제 또는 의료 식품(우리나라의 한약 해당) 광고에 대해선 ‘인가받지 않은 새 약(unapproved new drug)’으로 보며 잔인한 형태의 사기로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투병 간증 형식의 의료광고가 처음 등장했을 땐 ‘완치 사례’라는 문구가 주로 사용됐으나 의료법상 문제되니까 최근에는 ‘호전 사례’ ‘치료 사례’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대부분 쓴다”고 했다. 한 암 전문 한방병원 홈페이지에는 ‘기적처럼 다시 찾은 삶’이란 문구와 함께 호전 환자 사례 동영상이 올라 있다. 이에 대해 유현정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형 간증 등을 환자 본인이 직접 인터넷에 게시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되지 않는다. 안 대표는 “이 때문에 의료기관이 성형 간증이나 치료 후기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환자가 직접 게시해 주는 조건으로 치료비 할인 등 대가를 주는 편법 계약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부활, 효과 볼까

복지부는 불법·편법 의료광고 문제가 심각해지자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를 부활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광고 사전심의제는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기존 3개 의료단체뿐 아니라 일정 자격을 갖춘 소비자단체(공정거래위원회 등록 16개)에까지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인터넷광고재단 박상용 팀장은 “SNS와 앱 등 신종 매체가 급증해 심의 대상 의료광고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며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제3의 공익기관에서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맡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