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조준모] 산업 잡는 근로시간제도 3.0 기사의 사진
정부가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이 계도기간 내에 기업들은 근로감독을 면할 수 있겠지만 근로자가 사용자를 법위반으로 고발한다면 기소유예가 가능한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혼돈의 여진(餘震)이 큰 이 법안은 근로시간제도 역사상 근로시간제도3.0에 해당한다. 근로시간제도1.0은 88서울올림픽 직후 들뜬 분위기 속에서 법정근로시간을 44시간으로 단축한 입법이다. 48시간→46시간→44시간의 2년 단위로 나누어 단축됐다. 2004년에는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시간제도2.0이 발효됐다. 초기 논의부터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작용되는 데까지 장장 11년의 긴 시간이 걸렸다. 입법에 반대하는 측은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로부터의 경기회복 지연을 우려한 반면 찬성 측에선 근로자 생활여건을 개선하자는 주장으로 맞섰다. 당시에는 근로자가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획기적인 변화였다.

근로시간제도3.0은 주당 총 근로시간 상한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이나 단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2.0 입법 때의 신중함은 보이지 않았다. 1.0과 2.0 입법 시기에 경제성장률은 10%와 7.0%대의 고성장기였던 반면 3.0 입법 시기는 3.0%대의 저성장 시기다. 2.0에서 법정근로시간 4시간 단축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7년의 장기 유예기간을 둔 것과 달리 3.0은 3년의 짧은 유예기간을 설정했다.

이러한 속도전에는 몇 가지 배경들이 작용했다. 2017년 대선에서 후보들은 하나같이 인기영합 차원에서 장시간 근로 근절을 공약으로 내세워 근로시간 단축을 사회 미덕인 것처럼 자리 잡게 했다. 또한 2008년 제기된 경기도 성남시 환경미화원 대법원 판결이 입법 전에 나오게 되면 휴일근로와 연장근로의 중복할증으로 인한 상당한 임금채권이 발생한다는 점도 경영계의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그러나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중복할증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해 이러한 위협은 양치기 소년으로 끝났다.

이렇게 서두르는 통에 근로시간제도3.0 입법에서 업종별 근로시간 관행의 이질성은 미처 반영되지 못했다. 3.0의 획일적 규정으로 연구·개발(R&D)직, 영업직, 운전직 등은 주 52시간 총량규제를 맞추기 어렵고 장애활동지원사의 경우 4시간 근로, 30분 휴게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등 규제가 업종별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현장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2년 뒤로 다가올 중소기업의 유예기간 종료는 더 큰 문제다. 2.0에서 7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은 중소기업의 지불능력 한계, 제도 적응기간 때문이었다. 3.0에서는 1.0과 2.0이 안고 있던 문제에 더해 중소기업 경영진은 인력난의 심화를, 근로자는 소득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 문제의 정공법은 획일적인 유예기간 설정보다 주 52시간 규제 집행이 불가능한 업종을 모니터링해 시행령에서 예외를 인정할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었다. 3.0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허가로 주 52시간의 예외를 둘 수 있는 인가연장근로조항도 천재지변에 한하도록 제한적으로 설정돼 있어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뿌리산업 등 중소기업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근로시간제도3.0의 수정 보완이 시급하다. 생산현장에는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의 진전으로 대변되는 산업4.0의 시대가 일터로 다가오고 있고, 기술 변화는 개인 재량권이 확대되고 업종별 특성이 반영되는 유연한 근로시간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획일적으로 ‘저녁이 있는 삶’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근로시간제도3.0의 수정 입법을 준비해야 한다. 탄력근로 단위 기간 확대, 근로시간계좌제 등 노사자율권 확대, 불필요한 1일 단위 규제 철폐 등 산업4.0을 발목 잡는 3.0의 난제들을 지금부터라도 개선해 가야 한다.

조준모(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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