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노희경] 2패1승에 격려의 박수를 기사의 사진
2018 러시아월드컵은 역대 월드컵에 비해 국민적 관심이나 기대가 덜했다. 승리와 환호, 일치와 단합의 상징인 서울광장, 광화문의 열기도 예년만 못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 6·13 지방선거 등 굵직한 이슈에 가려진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세계 랭킹 1위인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 멕시코 등 강팀과 한 조에 속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작은 일들에도 네티즌의 비판과 비난이 일었다. 급기야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 수위는 도를 넘었다. 경기에서 실수를 범한 한 선수는 그의 가족까지도 악성 댓글에 시달릴 정도였다. ‘국대’를 박탈시키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28일 새벽 1시쯤, 16강은 좌절됐으나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격침하는 두 골을 터뜨렸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2대 0 값진 승리. 대표팀 선수와 감독을 향한 비난과 조소는 일순간에 사그라졌다. 그리고 축구 국가대표팀은 29일 환영을 받으며 귀국했다.

한데 만약 ‘2패1승’이 아니라 ‘1승2패’였다면 어땠을까. 이기고 지는 것의 순서만 다를 뿐 16강 탈락이라는 결과물은 똑같은데, 대표팀을 향한 여론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선수들을 향한 야유와 비난과 비판은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같은 결과를 놓고 과연 우리는 어떤 감정과 잣대로 그들을 대하고 있는지 말이다. 문득 2패를 하고 1승이라도 건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졌지만 잘 싸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왜 이런 말에 인색한 걸까. 경기에서 졌다고 일방적으로 선수를 탓하고 무시하고 비난부터 퍼부을 게 아니라 일단 다친 데는 없는지, 수고했다는 위로의 말부터 건네야 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누고 칭찬하는 데 인색하다.

지난해 ‘하이패밀리 사모세미나’에서 만난 목회자 아내들은 교회 개척 초기 성도들로부터 가장 많이 전해들은 말이 “사모가 설친다” “사모가 왜 이래”였단다. 사모들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으나 말로 받은 상처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힘든 사역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위로해주는 고마운 성도들이 곁에 있어서다. 예배를 마친 뒤 “사모님 수고했어요”라며 초콜릿 한 개를 손에 꼭 쥐어주거나 개인적인 문제를 내놓으며 기도를 부탁해 올 때 사모들은 힘이 난다고 했다. 결국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건 다른 게 아니다. 우리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이다. 오스왈드 체임버스 목사는 저서 ‘주님은 나의 최고봉’에서 분명히 밝혔다. “예수님께서는 비판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대부분 그리스도인은 혹독할 정도로 비판적이다. 비판은 인간의 정상적인 기능의 일부지만 남을 비판하려는 분위기에선 하나님과 교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비판하면 우리의 마음은 강퍅해지고 원한을 품게 되며 잔인하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비난하는 말로는 빛과 소금의 직분을 감당할 수 없다. 이에 예수님은 자기의 잘못에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의 실수에는 인색한 이들을 향해 단호하게 꾸짖으셨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 7:3, 눅 6:41) 남의 문제를 말하기 전에 내 안에 있는 들보, 나의 죄성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을 향해 비판하려는 잣대를 버려야 한다. 하나님은 죄와 허물이 많은 우리에게 현미경을 들이대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허락하셨다. 예수님의 그 크신 사랑은 허다한 죄와 허물을 덮는다.

고마워, 사랑해, 당신 덕분이야, 당신이 최고야…. 매일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이제 아픈 동료가 있다면 “함께 기도할게”라고 말해보자.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겐 “다 잘될 거야. 조금만 힘을 내자”고 격려해 보자.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품고 주변을 돌아봤으면 한다. ‘2패1승’을 한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진정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노희경 종교2부장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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