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순구] 아프리카에 다리를 놓다 기사의 사진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영화 ‘블랙 팬서’의 배경은 아프리카의 가상국가 ‘와칸다’다. 영화에서 비춰지는 ‘와칸다’는 풍부한 자원(비브라늄:가상광물)과 최고 수준의 기술을 구비한, 번영과 풍요의 아프리카 국가다. 블랙 팬서의 촬영지 중 하나였던 부산에서 지난 5월 아프리카개발은행 연차총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부산이 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배경에는 한 세대 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한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54개 아프리카 국가들의 열망이 담겨 있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저개발과 분쟁, 기아 등으로 고통 받는 먼 대륙으로만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프리카는 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상회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전체 인구의 70%를 청년층이 차지하고 있고, 도시화가 유래 없는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대륙으로 상생 번영을 담보할 새로운 프론티어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는 높지 않다. 아프리카의 실제 면적이 미국, 중국, 인도, 서유럽, 일본을 합한 것보다 크며 유엔 회원국 4분의 1 이상이 소재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프리카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개설된 인천에서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는 직항 노선으로 11시간 거리로서 뉴욕보다도 가깝다.

아프리카는 한반도의 운명과도 함께해 왔다. 한국전쟁 당시 에티오피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우리를 위해 부대를 파병했다. 오랜 냉전 기간 아프리카는 남북한 대결외교의 장이었다. 지금은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의 성공 스토리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부응해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원조는 확대 추세에 있다. 2017년 기준 양자 원조의 25%에 해당하는 4.1억 달러를 아프리카 대륙에 지원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보건, 교육, 에너지, 공공 행정 분야 등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번영을 일구어 나가기 위해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증진해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다. 이러한 측면에서 외교부 산하기관으로 지난 25일 문을 연 ‘한·아프리카재단’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필자는 이 재단 설립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아프리카와의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들을 들었다. 한·아프리카재단은 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와 전문가를 양성, 우리 기업과 청년들의 아프리카 진출을 지원하면서 아프리카와 상생협력의 구심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현명한 자는 다리를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세운다”는 ‘블랙 팬서’ 주인공의 대사처럼 한·아프리카재단이 우리나라와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대륙 아프리카 간에 다리가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한·아프리카재단을 통해 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온 우리만의 노하우를 젊고 역동적인 아프리카 대륙과 함께 나누며 ‘와칸다’로 가는 공동 번영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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