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현길]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기사의 사진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1926년 주 5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포드는 노동자들이 주 5일을 일해도 6일치 임금을 줬다. 그 이유에 대해 포드는 “5일 일해도 최소 6일 근무 때 생산한 것만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새벽부터 황혼녘까지 일한다면 자동차를 쓸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여가시간이 없다면 소비 역시 줄 것이고, 그러면 자동차 역시 안 팔릴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은 포드 공장보다 한참 늦은 2004년 주 5일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경영계는 주 5일 시행을 앞두고 낮은 생산성과 인건비 급등을 우려했다. 14년이 흘러 주 최대 52시간 근로 시행을 앞두고도 같은 우려가 반복됐다. 재계 단체를 중심으로 한국의 생산성이 낮다는 자료와 성명이 줄을 이었다. 일례로 30대 그룹 상장사의 최근 5년 사이 인건비, 매출액, 영업이익을 비교해 인건비 상승에도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은 그만큼 늘지 않는다는 자료도 있었다.

하지만 기업 실적은 여러 변수를 제외해도 직원과 경영자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특히 경영자의 능력은 직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수다. 그럼에도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노동생산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어도 경영자 능력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그동안 제대로 견제받지 않는 지배주주를 정점으로 한 기업 경영이 당연시된 영향이 크다.

그러는 사이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했다가 다시 매각하고, 이미 경쟁이 심한 업종을 ‘블루오션’이라며 뛰어들었다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등의 실패 사례가 있어도 지배주주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일은 드물었다. 급기야 총수 일가의 ‘갑질’ 사태가 이미지 실추를 넘어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번지는 일까지 생겼다. 해당 기업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이 없어질지 몰라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일부터 주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었다. 제도 시행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포드 시대에도 근로시간 단축과 유급휴가 증가를 두고 ‘노동자들의 술 마시는 시간이 늘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결과는 역사가 말해준다. 정부는 경영계 건의를 받아들여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법 위반만 피하자는 수동적 대응보다 조직문화나 일하는 방식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현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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