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문선] 축구협회 인적 쇄신해야 기사의 사진
축구 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출사표로 ‘유쾌한 반란’을 약속했다. “첫 경기 스웨덴을 꺾겠다. 그리고 16강에 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를 위해 한국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시간의 비공개 훈련과 비공개 평가전(세네갈전)까지 하는 선택을 했다. 이러한 ‘트릭’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보도권, 월드컵 마케팅 기회의 상실로 이어지는 상식 밖의 조치임에도 승리를 기원하는 국민의 기대감에 묵인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비밀 훈련이라는 세트피스와 포메이션, 전술, 스타팅 멤버 등은 본선에서 통하지 않았다. 한국은 독일을 꺾으며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우리에겐 실패한 대회였다. 신 감독의 ‘유쾌한 반란’ 약속과는 달리 실제 준비 과정의 치밀함이 떨어졌고 팀 조직력 역시 기대 이하였다. 평가전 상대의 선택, 훈련 일정과 내용, 선수 선발의 투명성, 전술 운용 등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특히 본선 직전의 ‘파워 프로그램’ 훈련은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에 독이 됐다. 독일전 승리는 전술 전략의 덕이라기보다 선수들의 투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년 전 실패한 브라질월드컵을 복기하고 백서까지 만들었던 대한축구협회의 정몽규 회장과 집행부는 이번에도 부실한 준비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브라질월드컵의 참패 뒤 홍명보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몸을 숨겼던 정 회장과 협회 실세들은 이번 준비 과정에서도 이를 되풀이했다. 슈틸리케의 감독 임명 후 관리 소홀과 적극적이지 못한 지원, 운영 시스템 미비 등으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신 감독 선임 당시 논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외국인 감독을 배제하고 국내 감독을 선택하는 행위로 투명성에 대한 비판을 자초했다.

4년 전에도 조광래-최강희-홍명보 감독 선임과 경질 등의 과오가 있었는데, 똑같은 일이 일어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감독 요구에 맞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대표팀 관리조차 제대로 못한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럼에도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만 전가하며 뒤에 숨어 국민의 날 선 비판을 여태껏 피해간 축구협회다.

4년 뒤 월드컵 준비는 무능행정을 되풀이하는 축구협회의 쇄신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한국 축구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 되풀이되는 부정부패와 승부 조작, 스포츠의 최고 가치인 승부의 공정성까지 잃어 국민들로부터 이미 냉대를 받고 있다. 대표선수를 배출해주는 기업, 시·도민 프로축구단은 꿈과 희망을 잃은 지 오래다.

학생 축구와 2·3부 리그도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 중이다. 지도자들은 형편없는 처우와 복지 문제로 허덕이고, 부모들은 자녀의 축구 교육을 위한 비용과 진학 문제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축구계의 심각한 문제는 외면한 채 대표팀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국민의 눈을 가리고 무려 25년여를 이끌어 온 장기집권의 축구협회는 반성해야 한다.

K리그의 기업, 시·도민 구단 모두 충격적인 만성 적자와 광고주의 외면, 팬들의 등 돌림으로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다. 축구협회 해체 등 국민적 공분이 분출하는데 이를 독일전 승리의 우산으로 가리고 넘기려 한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이렇게 뿌리가 썩고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4년, 8년 뒤 월드컵을 기약할 수 있을까.

한국 축구는 현대라는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적 콘텐츠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확산된 것은 그나마 우리 축구의 커다란 희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축구협회의 부패와 무능에 국민이 감시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4년 뒤 대한민국 축구의 감동을 기대하며 변화를 희망한다. 희망과 변화의 시작은 축구협회의 혁명적 인적 쇄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마음과 스폰서, 팬들을 운동장으로 다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선 명지대 스포츠기록분석학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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