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 평양 찍고 런던까지…” 남북철도 연결 시동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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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을 받은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의 이중 스파이 얘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장면은 열차 안이다. 기차는 1923년 일제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폭탄을 싣고 지금의 서울인 경성을 향해 달린다. 이처럼 일제 강점기에도 대륙을 넘나들던 철도는 한국전쟁 이후 끊어졌다.

멈췄던 열차가 지난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남과 북을 연결하는 것에서 나아가 러시아와 중국을 넘어 유럽까지 기차로 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07년 철도가 남북을 이었다…열차는 다시 달릴 준비를 한다

2007년 5월 17일. 당시 문산역 박운학 역장의 손에 들린 깃발에 따라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이라는 플래카드를 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6량짜리 새마을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금강산역에선 ‘북남철도련결구간 렬차시험운행’이라는 표지를 건 열차가 출발했다.

이날 남측 열차는 경기도 파주의 문산역에서 도라산, 판문을 거쳐 27.3㎞를 달려 개성에 도착했다. 북측 열차는 금강산에서 출발해 감호를 거쳐 제진역까지 25.5㎞를 달렸다.

한국전쟁 전까지 열차는 경의선과 경원선을 이용해 남북을 오갔다. 그러나 1950년 12월 31일 경의선에선 더 이상 열차가 달리지 않았다. 백마고지와 철원, 평강을 잇던 경원선도 다를 바 없었다.

끊어졌던 남북 철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해 8월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남북 간 경의선과 동해선 일부를 복원해 연결하기로 했다. 이후 경의선은 2003년 6월, 동해선은 2005년 12월 제진∼군사분계선까지 완공했고 시험운행에 들어갔다. 내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박 역장은 2007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박 역장은 6일 “2007년 남측 열차가 개성에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실제 박 역장의 말대로 시험운행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당초 2006년 5월 시험운행이 예정돼 있었지만 북측에서 운행 전날 취소를 통보했다. 우리 정부가 재운행을 위해 북한 당국과 협의를 시도한 끝에 2007년 4월 고려호텔에서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종결회의를 가졌다. 회의 직후 채택한 합의문에는 1년 전 취소된 열차 시험운행을 재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어렵게 진행한 시험운행이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경의선은 도라산∼판문 구간에서 화물열차를 222회 운행했지만 2008년 11월 북한의 통보로 또다시 멈춰 섰다. 동해선은 시험운행 이후 운행실적이 없었다.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중단됐던 철도 연결 사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판문점에서 남북 철도협력 분과회의가 열렸고 남북은 동해선·경의선 철도 현대화를 위해 공동연구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달 24일부터 경의선 북측 구간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도 시작한다. 박 역장은 “굉장히 기다려져요. 그날이 오기를”이라며 “그때는 꼭 열차를 타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북 철도 연결…천문학적 비용은 부담이지만 해볼 만한 투자

전문가들은 북한의 철도가 워낙 노후화돼 있어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고속철도도 북한에 가면 시속 30∼40㎞로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신북방정책에 따라 중국(TCR)이나 러시아(TSR)와 철도를 연결하는 대륙횡단철도를 생각한다면 고속철 운행도 가능해야 한다. 레일부터 모두 깔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추산되는 개발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은 경의선·동해선 연결과 보수에 6조4000억원을 예상했지만 4년 전 금융위원회는 북한 철도 개발에 773억 달러(약86조원)가 들 것이라고 봤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경의선과 경원선, 동해선의 총 철로연결 사업비용으로 최대 37조6000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 공급방식도 남북이 통일해야 한다. 우리는 교류 2만5000V지만 북한은 직류 3000V를 쓴다. 국토부는 남북 공동연구조사단에 궤도, 통신 등 분야별 전문가들을 투입할 계획이다. 경제적 효과만 따진다면 해볼 만한 투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부원장은 한반도 통합철도망의 2030년 물류 수요를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개성공단 지역에서만 8000만t의 화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치·경제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큰 물류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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