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글로벌 긴축 대비하는 자세 기사의 사진
지난 6월 13일에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1.75%에서 2.0%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을 3회 정도로 전망했지만 하반기에 2회 추가를 시사함으로써 올해만 총 4회 금리 인상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아울러 내년에도 3차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금리 인상 횟수가 늘어나게 된 배경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다. 경제성장률이 2.8%로 상향 조정되고 근원 개인소비지출 인플레이션 지수가 6년 만에 처음으로 연준 목표치인 2%에 도달했다. 뿐만 아니라 실업률 전망치를 3.6%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완전고용에 가까운 경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 날 유럽연합의 통합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2015년부터 시작한 양적완화(QE)를 올해 말에 종료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경기부양을 위한 돈 풀기 전략은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금리 인상에 관해서는 내년 여름까지 제로 기준금리를 유지함으로써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무게를 두고 긴축에 속도를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 경제 상황은 회복 속도가 뚜렷하지 않아 급격한 긴축 가능성은 낮지만 방향이 긴축으로 돌아선 것은 확실하다.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긴축모드에 돌입함으로써 신흥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서 예측하고 있다. 한국 경제도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긴축의 태풍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 경험을 보면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의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투자된 자금의 유출을 가속화시킴으로써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를 하락시키고 금융위기를 유발하였다. 1994년에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상이 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2004년의 금리 인상은 2006년까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촉발한 바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 터키 등의 신흥국들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긴축 발작이 미국의 확고한 금리 인상 의지를 읽은 시장의 반응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과 신흥국들 사이에 경제 격차가 확대되고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유출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제통화기금의 위기 판단 지표를 기준으로 분류된 고위험군 12개국에 대한 한국 수출 비중이 11%를 넘는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환보유액 규모나 경상수지흑자 지속 등의 거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편이기는 하지만 1999∼2001년과 2005∼2007년에 발생했던 미국과의 금리 역전 시기에 일어난 외국인의 자금 유출과 주식 순매도를 상기해볼 때 안심할 수는 없다. 만약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실현된다면 3분기에는 1% 포인트까지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게 되면서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용, 투자 그리고 소비 등이 경기둔화를 나타내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점진적인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더 커지는 것을 용인하기는 어려운 시점이기 때문이다.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부담이지만 오히려 낮은 금리가 구조적으로 부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금리로 무리하게 유지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리 인상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에도 큰 충격이지만 동시에 경쟁력 없는 기업을 구조 조정하는 계기로 삼으면 경제의 체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위기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데 금리 인하 압박과 같은 시장개입은 수동적 대응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업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창의적 경제활동을 통한 투자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정도이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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