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선한 사마리아인 지어준 학교·병원서 어둠 밝힐 힘 얻어요”

<5> 부룬디 킨잔자 사업장을 가다

[밀알의 기적] “선한 사마리아인 지어준 학교·병원서 어둠 밝힐 힘 얻어요” 기사의 사진
부룬디 루타나주 마람자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월드비전은 2014년 이곳에 교사 2동과 기숙사 1동을 신축했다. 루타나(부룬디)=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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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거점으로 지역사회 변화 일궈

아프리카 부룬디 수도 부줌부라에서 동남쪽으로 140㎞ 떨어진 루타나주 마람자초등학교엔 45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12명의 교사와 3명의 행정직원이 일하는데 건물이 낡아 한국월드비전이 2014년 교사 2동과 기숙사 1동을 새로 지어줬다.

건물 양철지붕은 2500ℓ짜리 물탱크 7개와 연결돼 있다. 비가 오면 물을 받아 수세식 화장실을 운영한다. 학교 안에는 바나나 나무 40그루가 있다. 지역 주민에게 농업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다.

오네스포(34) 교장은 “쇠기둥과 시멘트벽, 양철지붕, 유리 창문이 있는 초등학교는 이 지역에서 가장 최신식 건물”이라면서 “1만㎡의 초등학교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바나나 농사법과 수세식 화장실 이용법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6명의 자녀 중 4명을 이 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알베르(52)씨는 “과거엔 아이들이 나무에 진흙을 바른 허름한 교실에서 공부했다”면서 “한국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문 바로 옆에는 6㎞ 떨어진 냇가에서 물을 끌어와 설치한 수도시설이 보였다. 마을 부의장을 맡고 있는 다니엘(46)씨는 “동네 아이들 중 60%가량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서 “과거엔 비가 오면 학교 건물이 무너질까 걱정이 많았는데 한국에서 새로 건물을 지어줘서 안전하게 공부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2년 전부터 100명 넘는 주민이 어떻게 하면 바나나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지 초등학교에서 배우고 있다”면서 “수도까지 있어 부녀자들이 굳이 물을 뜨러 냇가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학교가 마을의 중심”이라고 했다.

소득증대 사업, 신생아 사망률 감소

루타나 지역에서 자녀 10남매를 키우는 세레스틴(50)씨는 바나나 농사를 짓는다. 2013년까지 월 소득이 30달러에 그쳐 힘겹게 생활했지만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아 소득이 2배 이상 뛰었다. 한국월드비전이 지원해준 젖소 때문이다. 매일 신선한 우유를 아이들에게 먹이고 소똥을 바나나 나무의 거름으로 뿌렸더니 수확량도 대폭 늘었다. 4명의 자녀는 현재 월드비전 결연아동으로 학용품과 영양식까지 지원받고 있다. 세레스틴씨는 “월드비전의 지원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은 매우 가난했다”면서 “하지만 젖소가 생긴 후부턴 신선한 우유를 먹은 아이들이 건강해졌고 바나나 농사도 잘돼 아이들에게 옷을 사줄 수 있을 만큼 형편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세레스틴씨의 아내 니웨쿠웨자 스페리다(38)씨는 “한국의 월드비전이 도와줘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됐다”면서 “가족은 많지만 안정적 수입이 생기게 돼 감사하다”고 했다.

세레스틴씨의 집에서 10㎞ 떨어진 루타나주립병원. 이곳은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운영 중인 지역 최대 병원이다. 1968년 개원했으며 의사는 6명이 근무한다. 매일 100여명의 환자가 방문한다. 한국월드비전은 2015년 이곳에 수술실과 병동을 세웠다. 병원에선 하루 평균 3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제왕절개 수술을 마치고 2㎏의 신생아를 안고 있던 바네사 투이사베(30·여)씨는 “이곳은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고 믿을 수 있는 병원”이라면서 “한국이 도와줘 병원 건물을 세웠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조셀리나(21·여)씨도 “집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동네에 작은 보건센터가 있지만 믿을 수 없어 집에서 8㎞ 떨어진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베날(35) 병원장은 “산부인과와 소아과 진료를 통해 신생아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현재 응급실과 수술실에 수술 도구를 더 갖춰야 하고 의료진의 재교육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동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키는 사업

마람자초등학교와 세레스틴씨 가구, 루타나주립병원은 모두 킨잔자 ADP(Area Development Program·대단위 지역 개발사업)에 포함돼 재정을 지원받았거나 받고 있다. 킨잔자 ADP에는 3250명의 후원아동이 있는데 교육 영양 보건 식수 및 소득증대 사업을 통해 아동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월드비전의 활동은 아동 1명을 직접적으로 돕는 수준을 뛰어넘는 총체적인 사업이다. 아동을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키는 지역개발 사업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원자가 낸 성금은 아동의 영양, 보건위생, 기초교육, 가족의 생계유지, 지역개발 사업 등에 투입된다.

월드비전 부룬디 F&D(Faith and Development)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알바트 루이마나(48) 목사는 “부룬디에는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하나님께서 부룬디와 한국을 위한 비전을 갖고 계신데 파트너로서 함께 그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한국월드비전은 29개국에서 킨잔자 ADP와 같은 사업장 127개를 지원하고 있다. 41만명의 아동을 후원하는데 총사업비만 1400억원이 넘는다.

▒ “월드비전 지역 단위 변화 사역, 한국교회 한 단계 성숙시킬 것”
방문단 이규호 큰은혜교회 목사


교육 의료 소득증대 분야에 특화된 월드비전 부룬디 킨잔자 ADP를 둘러본 이규호(47) 서울 큰은혜교회 목사는 “구한말 선교사들이 병원과 교육사역을 펼쳤던 것처럼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역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한국 기독교가 지금은 양적 성장이 멈췄지만 월드비전처럼 삶 전체를 개선하고 한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역을 펼친다면 한 단계 성숙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때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다시 양적 성장의 복도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교회나 교단별로 역량을 분산시키기보다 NGO와 협력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외 구호사역은 자칫 잘못하면 시행착오와 중복투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월드비전은 전 세계 100여개국 1억명의 이웃을 돕기 위한 국제적인 구호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월드비전처럼 오랜 경험과 장기적 계획을 지닌 단체와 교회가 협력한다면 복음 전파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목사는 “구제는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주님의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려는 성도의 선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면서 “예수님도 ‘잘 믿는다’는 기준을 제시하실 때 처음에 구제를 말씀하시고 그다음에 기도를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님은 하늘나라 복음을 말씀하시면서 먹을 것이 없었던 사람들을 향해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셨다”면서 “한 소년이 내놓았던 초라한 도시락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켰듯 우리의 작은 ‘도시락’을 드릴 수 있다면 부룬디에도 큰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1.9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인구가 77.7%에 이르는, 세계 최빈국 부룬디가 처한 고통스러운 환경을 인간의 죄악으로 설명했다. “하나님이 이들의 고통을 내버려 두신 게 아닙니다.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를 악용했고 세상엔 고통과 비극이 왔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어긴 결과입니다. 그들을 돌보는 것은 고통을 덜 받는 우리에게 맡겨주신 일종의 책임, 사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루타나(부룬디)=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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