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의 와중에 납품업체 협력사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개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죽음의 배경이 된 납품업체 교체 과정에 ‘갑질’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사흘째 이어진 운항 차질과 승객 불편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너의 이해관계가 이 사태를 부른 거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대기업 경영을 좌우하는 후진적 관행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아시아나는 15년간 기내식을 납품해온 독일계 루프트한자스카이셰프그룹(LSG)과 계약을 종료하고 7월부터 게이트고메코리아(GGK)에서 납품받기로 했다. 지난 3월 GGK 기내식 공장에 불이 나자 저비용항공사와 거래하던 샤프도앤코를 섭외했다. 하루에 3000명분을 생산하던 업체에 3만명분을 맡기니 첫날부터 차질이 빚어졌다. 2일 숨진 채 발견된 A씨(57)는 이 업체의 협력사 대표였다. 유족은 그가 납품 문제로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사흘간 150편 이상이 지연 또는 노밀(기내식 미탑재) 운항을 하고 50대 기업인이 사망하게 된 배경에는 아시아나와 LSG의 갈등이 있다. LSG는 지난해 “아시아나가 재계약 대가로 지주사 금호홀딩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20년간 무이자로 빌려 달라는 거였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당시 LSG 독일 본사는 “계약이 깨지더라도 불공정한 방법으로 연장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LSG 대신 계약한 GGK는 금호홀딩스 BW를 1600억원에 매입한 하이난항공그룹의 자회사다.

총수의 경영권을 위해 납품계약을 미끼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비스 기업이 서비스 부실을 초래한 무능(無能)을 넘어 공정(公正)의 문제가 됐다. 불공정이 부실을 낳았다면 납품 정상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내식 대란의 실체를 소비자는 알아야 한다.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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