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원기] 신남방정책의 추진 방향 기사의 사진
그동안 급박하게 전개되었던 한반도 안보상황의 전환이 숨고르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곧 인도를 방문한다. 이로써 신남방정책은 아세안을 넘어서 인도와의 협력강화를 통해 본격적 이행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우리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고 경제번영의 토대를 확대하기 위해 추진하는 경제·외교 다변화의 핵심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1월 동남아 순방에서 ‘사람, 상생공영, 평화((People, Prosperity, Peace)’을 신남방정책의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아세안 및 인도를 핵심 협력 파트너로 상정하고 세계경제의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 지역과 경제적 연계를 강화해서 새로운 번영의 축을 구축하자는 전략이다. 또한 한반도와 4강 중심의 외교를 넘어서 우리의 외교적 공간을 확대하여 아세안과 인도와 함께 경제, 외교 및 사회문화 등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하나의 단일한 지역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지역통합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환경은 녹녹치 않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간 상호배제적·배타적인 지역구도 구축을 위한 지정학적 경쟁이 최근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남중국해, 인도양 등에서 기존질서를 타파하려는 수정주의(revisionist) 세력으로 규정하고, 중국과의 장기 전략경쟁을 미국의 최대의 안보도전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말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선언하고, 미·일·인·호 4개국 안보협의체(QUAD)를 출범시키는 등 중국을 배제하는 형태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태평양사령부(Pacific Command)의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Indo Pacific Command)로 변경한 것도 이러한 전략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9차 당 대회를 계기로 핵심 대외전략으로 격상된 일대일로 구상의 본격화를 통해 아세안과 인도양에 대한 경제적·전략적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국이 중심이 되는 역내 경제 네트워크을 구축하고자 한다. 아세안 및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의 진출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인도는 전통적 비동맹정책에서 벗어나 최근 미국·일본과 해상안보 분야의 협력을 급속히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최근 전략환경의 변화속에서 신남방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첫째, 미중간 상호배제적·배타적인 지역구도 구축 경쟁을 완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 지역구도 구축에 기여하도록 신남방정책의 전략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을 대립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양 구상 간의 연계성과 접점을 적극 확대할 수 있도록 신남방정책의 실천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우리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미중 어느 일방의 지역전략에 참여·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적이고 공존 지향적 지역 공동체가 구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지역 협력구도 형성에 대한 한국의 가치, 규범 및 역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유주의 지역질서에 대한 지지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도 포용적인 지역 공동체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규범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미국이 제시하는 인도-태평양 구상 논의에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시하는 해양안보 및 국제법의 중요성 등에 더하여 역내 비전통 문제와 경제통상 협력의 중요성 등을 제기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전략이 과도하게 군사안보 의제화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아세안 및 인도와의 관계를 내실화하고 양자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한-인도 양국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상호 경제적 보완성이 높은 최상의 협력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인도 협력의 비전과 전략을 정립하고 한국과 인도가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지역협력의 가치와 규범을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신남방정책이 본격적으로 이행되어 한국 외교다변화의 초석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 연구센터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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