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이동원? 진보 노정희? 과거 판결 보면 엇갈려 기사의 사진
신임 대법관 3인이 2일 임명 제청되면서 이들의 성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선수 변호사는 30년간 노동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진보진영의 대표 인사다. 진보성향이라는 평가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동원 제주지방법원장과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의 성향은 뚜렷이 알려진 바가 없다. 노 도서관장이 개혁 성향, 이 법원장이 보수 성향에 가깝다는 일부의 평가가 있을 뿐이다.

결국 둘의 성향은 과거 판결로 유추해볼 수 있다. 이 법원장은 자신의 주요 이력으로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에서 의원직 상실 판결을 내린 것을 꼽았다. 노 관장은 어머니 성을 따른 자녀도 종중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세웠다.

하지만 두 인사의 과거 판결들을 보면 일부의 평처럼 각각 보수와 진보로 나눠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법원장이 서울고법에 근무하던 시절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손을 들어준 소송이다. 이 법원장은 지난해 3월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장 이신영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사단법인 설립을 허가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법원장은 “재단 설립 목적이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기반을 넓히는데 있다”며 “인권옹호와 관련된 단체이므로 이 재단 설립의 주무관청은 법무부가 맞다”고 판단했다.

또 아시아나항공 기장이 턱수염을 길렀다는 이유로 비행정지를 당한 사건에서 기장의 손을 들어준 소송도 주목할 만하다. 아시아나는 면도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턱수염을 기른 기장에 대해 29일간 비행정지 처분을 했다. 이에 기장 A씨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항공사는 일반 기업보다 용모를 폭넓게 제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아시아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법원장은 지난해 2월 “수염을 기르는 것이 고객들에게 단정하지 않다는 인식을 준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그 외 이 법원장은 경리업무 등 사무직을 10년 넘게 해오던 직원을 단순 안내업무로 전보 조치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 국정역사교과서 편찬심의위원 명단 정보공개 거부는 위법하다는 판결 등을 내렸다.

개혁적 성향으로 알려진 노 관장의 엄격한 판단도 눈에 띈다. 지난해 9월 노 관장은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 유인태 전 의원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가 12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었다. 국가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시효인 6개월이 지났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2013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지 6개월 안에 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기준을 확립한 바 있다. 본래 3년 내였던 것을 6개월 내로 좁히면서 국가범죄에는 소멸시효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 내에서 나오기도 했다. 1심은 “유씨가 소송을 냈을 때는 대법원 선고 전이었기 때문에 소멸시효와 관련된 법리가 확립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노 관장은 “소멸시효가 지나 국가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광주고법에서 재직할 당시 콜라텍에서 상습적으로 남성들을 유혹해 금품 3500여만원을 뜯어낸 김모(61·여)씨에게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노 관장은 “누범기간에 동종범죄를 저지른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우울증 등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정을 감안해도 엄중한 처벌을 통해 절도 습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김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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