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사태로 기존 외국인 정책에도 불똥 기사의 사진
500여명의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들어온 후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참정권, 다문화가정 지원 등 외국인 관련 정책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반대하는 기존 극우 성향 단체들도 ‘난민 반대’ 분위기를 타고 활동을 재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외국인의 지방선거 참정권 철회 요구’ 청원 글은 3일 기준 9만3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글은 “귀화도 하지 않았는데 한국에 3년 이상 머물렀다는 이유로 투표권 행사를 허용하는 건 국민 역차별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 투표권은 아시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보장하고 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이후 지난 두 달여간 정부의 다문화 지원 정책을 반대하는 청원 글은 200건 가까이 올라왔다. 대부분 국제결혼 지원, 다문화 대입특별전형, 다문화가정 청소년 학원비 지원 등 외국인 지원 정책이 자국민을 역차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엔 ‘외국인 아동도 아동수당을 받게 해 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글을 여러 사이트에 퍼다 나르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등 악플을 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소외된 일부 계층이 화살을 외부 세력에 돌리는 모습이라고 분석한다. 최영미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문제, 복지 사각지대 문제 등 내부적 문제에 대한 불만을 이방인에게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이방인 배척 심리는 항상 잠재돼 있던 요소”라고 말했다.

20, 30대 젊은 층에서도 외국인 배척심리가 발견됐다. 아산정책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는 다문화 가정이 증가할수록 사회통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에 가장 높은 비율(35.1%)로 동의했다. 장 교수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층 일부는 정부가 외국인 지원책에까지 세금을 쓴다는 생각에 불만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정보가 외국인 혐오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난민 인정 기준이 촘촘히 돼 있기 때문에 인정률이 3∼4%밖에 안 된다. 또 외국인 참정권도 영주권을 획득해야지만 주어지는 것인데 혜택이 지나치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극단적 민족주의 세력이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대중을 호도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설 교수는 “잘못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는데도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법무부가 나서서 해명하고 국민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도 “장기간에 걸쳐 교육이나 캠페인 등을 통해 외국인 정책에 대한 잘못된 편견 등을 개선해야 한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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