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기사의 사진
어르신들이 3일 경기도 김포 아름다운교회에서 열린 웃음치료 수업 중 두 손을 들고 크게 웃고 있다. 김포=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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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팔팔이삼사(9988234), 구구팔팔이삼사,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만 앓고 3일째 죽자!”

어르신 300여명이 3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아름다운교회(한준택 목사) 2층 대강당에서 큰 소리로 ‘구구팔팔이삼사’를 외쳤다. 한쪽에선 손뼉을 치며 ‘구구’를 외쳤고 한쪽에서는 책상을 치며 ‘팔팔’을 외쳤다. 문명애 교학처장의 웃음치료 수업 현장이다. 교회는 12년째 매주 화요일 아름실버대학을 열어 노인들에게 건강유지법과 한글 영어 건강체조 등을 가르치고 있다.

문 처장이 “이틀만 앓아야지 더 앓으면 제가 발로 ‘뻥’ 차버릴 거예요”라고 외치자 어르신들은 ‘아이구 싫어’라며 박장대소했다. 문 처장이 “웃을 일이 있든 없든 그냥 웃어야 한다”며 “슬프나 즐거우나 괴로우나 그냥 웃는다, 하하하”라고 말하자 어르신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후후후, 하하하’라며 교실이 무너질 듯 큰 소리로 웃었다.

김포에서 아름실버대학을 모르는 어르신은 드물다. 지금까지 1년 수업을 3분의 2 이상 들어 수료증을 받은 어르신만 3000명이 넘는다. 교회는 버스 9대를 직접 운영해 노인정 60곳으로부터 300∼500명 어르신을 직접 모시고 온다. 버스 통학에 식사, 수업까지 무료인 데다 장학금까지 지급하니 어르신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한준택 목사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으나 오직 어르신 사역만을 택했다. 2004년 김포의 노른자 땅 위에 2000㎡(605평) 규모의 교회를 세웠으나 4년 만에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며 떠나야 했다. 당시 평당 200만원이 안 되는 보상금을 받았지만 모두 어르신 사역을 위해 쏟아부었다. 한 목사는 “교회는 개척했지만 부모님은 끝내 구원하지 못한 죄스러움에 어르신을 섬기기로 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아름실버대학의 수업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건설사 대표, 대학교수, 전직 가수 등 교수 11명이 가르친다. 어르신이라고 대충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악 수업에서 사발가를 부르고 있던 최민자(74·여)씨는 “집에서 놀면 뭐하겠느냐는 생각에 11년째 대학에 다닌다”며 “가족 앞에서 국악 한 소절 부를 때면 기분이 떠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은 ‘김포 출신’ 양재완 한국체육대 교수가 명사 특강을 했다.

성도 수 200명의 교회에서 차량 등을 임차하며 지역 어르신 3000명을 섬기기란 기적에 가깝다. ‘실버대학에 빚진 게 있다’고 유언을 남긴 어르신의 자손들이 교회 집사와 권사가 돼 이웃 어르신을 제 부모처럼 모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소 웃으며 인사하던 어르신이 안 보일 때면 한 목사는 ‘혹시 돌아가신 것은 아닐까’ 하며 가슴이 철렁한다. 그런데도 이 사역을 멈출 수는 없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한글을 배워 성경도 읽고 버스도 타고 편지도 씁니다. 노년을 즐겁고 건강하게 살다가 천국 가도록 돕는 영혼 구원 사역만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김포=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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