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담보 대출로 20% 수익 광고하더니, 연락두절, 최소 70억대 피해 기사의 사진
P사가 투자상품으로 내세운 골드바 담보부 투자대출. 각 상품마다 총 모집 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음. P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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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담보 대출 등을 취급하던 P2P(개인 간)대출업체 P사가 대출 상환을 정지한 채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투자금 규모가 최소 70억원대로 추정돼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 부실 P2P대출업체들의 ‘야반도주’가 잇따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모(55)씨는 지난 4∼5월 P사의 금 담보 대출상품 3개에 1500만원을 투자했다. 이 업체는 개당 5200만원어치 1㎏ 골드바 105개를 40대 남성 대출자로부터 담보로 받고, 개인투자자들이 대출자에게 총 30억원을 빌려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연 수익률은 20%였다. P2P는 대출자가 개인투자자들에게 돈을 갚기까지 통상 1년 정도 걸린다. 이 상품은 만기가 2개월이다. 업체 설명대로라면 100만원을 투자하면 2개월 후 원금과 함께 2만4000여원을 손에 쥔다. 권씨는 “노후 재테크를 위해 P2P 투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P사는 대출이 연체되면 금을 팔아 투자금을 상환해 준다고 했다.

P사는 공격적으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최근 서울 시내버스 정류장 등에서 ‘은행 금리의 8배, 신규 가입 시 2만원 지급’이라는 내용의 P사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인터넷 카페 ‘크라우드펀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선 왜 금을 담보로 연 20% 이자를 주면서까지 돈을 빌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P사는 이밖에 고가 외제차, 가상화폐(가상통화) 등을 담보로 투자금을 모집했다.

그런데 P사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게이트가 P사의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다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투자금이 P사가 지정한 대출자가 아닌 제3자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페이게이트는 P사에 소명을 요청했지만 확실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페이게이트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P사의 가상계좌 서비스를 지난달 28일 중단했다. 이미 70억여원의 투자자금이 제3자의 일반 은행계좌로 빠져나간 상태였다.

투자자들은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P사는 3일 현재 연락두절 상태다. 권씨는 지난달 20일 500여만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만기가 된 상품의 투자금은 받지 못했다. 오는 10일 만기가 되는 상품의 투자금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경찰에 P사를 고소하고 청와대에 청원을 제기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실태조사를 통해 P사 대출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필요한 부분은 검찰, 경찰과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사실상 돌려막기 사기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약 200명의 투자자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개설했다.

최근 ‘2시펀딩’ ‘오리펀드’ ‘더하이원펀딩’ 등 부실 P2P대출업체들이 잠적하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해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기업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면 국회에 계류 중인 P2P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P2P업체를 금융위원회 등록 대상으로 지정해 금융 당국이 직접 관리하게 한다. 현재는 관련법이 없다. 금융 당국은 P2P업체와 연계된 대부업체만 감독할 수 있다.

나성원 안규영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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