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73세 합창단 ‘3927콰이어’ 기쁨과 위로 필요한 곳 어디든 달려간다

평균 나이 73세 합창단 ‘3927콰이어’ 기쁨과 위로 필요한 곳 어디든 달려간다 기사의 사진
구약 39권과 신약 27권을 뜻하는 아마추어 합창단 ‘3927콰이어’가 2016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금호아트홀연세에서 공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3927콰이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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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물에 비치면 얼굴이 서로 같은 것 같이 사람의 마음도 서로 비치느니라.”(잠 27:17, 19)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방배로 브랜뉴뮤직에서 평균 나이 73세 회원들로 구성된 ‘3927콰이어’를 인터뷰하고 난 뒤 떠오른 성경 구절이다. 콰이어는 구약 39권, 신약 27권을 지칭하는 믿음의 합창단이다. 1945년에 태어난 ‘해방둥이’이자 서울 경복고 39회 동기동창생 27명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김형욱 콰이어 총무와 최흥기 지휘자, 손장열 단장은 인터뷰 내내 웃었다. 김 총무는 “동창생들을 매주 보니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 귀띔했다.

책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5가지 후회’를 보면 죽기 직전의 사람들이 후회하는 공통점들이 나온다. 사람들은 일에 치여 옛 친구를 자주 만나지 못하고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콰이어는 매주 친구들과 음악을 배우고 각종 공연을 통해 행복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즐겁고 의미 있는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외로울 새도 없다.

콰이어는 7일 서울 강남구 헌릉로 강남구립 행복요양병원에서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연다. 10년째 뇌졸중으로 병석에 있는 동창을 위한 공연이다. 김 총무는 “병원에 중증환자가 많은데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모두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콰이어는 동창 신우회로 운영되다 2006년 최 지휘자가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합창단으로 결성됐다. 최 지휘자는 서울시립합창단에서 상임지휘자를 지낸 국내 정상급 지휘자이며 연동교회 음악감독으로 봉사했다.

콰이어는 매주 월요일 저녁 연동교회에서 최 지휘자의 교육하에 발성 등 노래 연습을 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지금까지 결혼식과 장례식, 군부대 교회, 지역 축제 등에서 80회 이상 공연했다. 단원 가운데 음악 전공자가 한 명도 없지만 꾸준히 교육을 받으며 실력을 향상시켰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2012년과 2014년 국립합창단이 주최한 ‘전국실버합창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손 단장은 “우리 나이에 친구들을 자주 보기 힘든데 매주 만나면 마음이 너무 기쁘다”며 “우리의 기쁜 마음을 노래에 담아 전달하고 고난 가운데 있는 사람에겐 노래로 위로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부대’가 동창생의 자녀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면 인기 만점이다. 김 총무는 “축가를 부르기 전에 기도하고 시작하는데 아직까지 이혼이 하나도 없다. 우리의 큰 자랑거리”라며 껄껄 웃었다.

결혼식에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영원한 사랑’ 두 곡을 많이 부른다. 결혼식 축가를 많이 부르다 보니 감동스러운 사연이 많다. 암으로 작고한 동창생의 자녀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자 신부와 어머니는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커플은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다짐했다.

동창생의 장례식에선 목회자 동창생의 인도로 추모예배를 드리며 ‘내 평생 가는 길’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의 찬양으로 유족을 위로했다. 장례식을 계기로 믿지 않던 자녀들이 하나님을 영접한 경우도 있다.

김 총무와 손 단장은 콰이어가 찬양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던 건 최 지휘자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총무는 “세계적인 지휘자 밑에서 노래를 배우고 봉사하니 보람을 느낀다”면서 “특히 병원과 장례식에서 부르는 찬양을 통해 전도하는 사명도 함께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어디든지 불러주면 달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단장은 “지휘자가 음악에 무지한 사람들을 옥석으로 만들어줬다. 가사를 외워서 노래하니 치매 예방에도 좋은 것 같다. 암기한 곡이 20곡 이상 된다”고 귀띔했다.

최 지휘자는 “목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80대 중반까지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며 “콰이어의 1차 목표는 80세까지 부르는 것”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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