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복원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중 열릴 한·미 협의에서 한·이란 간 원화결제시스템을 인정받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를 선언하면서 오는 11월부터 이란에 대한 제재를 전면 복원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대응 조치다.

외교부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원화결제시스템을 인정받는 것이 이번 협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치르는 계좌를 통해 수출 대금도 받고 있는 만큼 해당 계좌를 미국의 제재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계좌를 운영하는 이란 중앙은행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이 당국자는 “원화결제시스템을 제재 예외로 인정받지 못할 때 한국 경제에 얼마나 타격이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틀어막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경우 전체 원유 수입의 13.1%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타격이 적지 않다. 이란산 원유는 73%가 콘덴세이트(초경질유)로 수입되는데,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 다음 다시 수출해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전체 콘덴세이트 중 이란산이 53%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질이 좋고 가격 경쟁력도 있어 당장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달 기준 하루 약 250만 배럴이어서 국제 원유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대표단은 지난달 미측과 1차 협의를 갖고 한·이란 교역의 특수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대표단은 지난주엔 이란을 방문해 의견을 교환했다. JCPOA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이란이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으로 이란의 핵 활동 제한과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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