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하드, 검찰 손으로… 긴장한 법원 기사의 사진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르면 5일부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전직 행정처 관계자의 하드디스크를 ‘이미징(복사)’하기로 하면서 추가 범죄 정황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에 대한 사찰 등 기존 의혹의 범주를 뛰어넘는 수사 단서가 발견되면 수사 확대는 불가피하다.

검찰이 현재 확보한 유의미한 수사 자료는 행정처가 넘긴 410개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서 파일 정도다. 이 문서는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상고법원’ ‘인권법’ ‘인사모’ 등 특정 키워드 검색을 통해 임 전 차장 등 4명의 하드디스크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 문건들에는 작성자와 검토자 등으로 전직 행정처 관계자들 수십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검찰은 문서 작성에 연루된 전직 행정처 관계자들의 하드디스크도 전부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작 4명의 PC에서 발견된 정보로는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지시와 이행 여부를 명확히 분석해야 직권남용 혐의 등을 입증할 수 있다.

검찰은 ‘디가우징’(자료를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지우는 것)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행정처장의 하드디스크도 복구가 가능한지 살펴볼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4일 “객관적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조사한 뒤 결론을 내야 국민들이 수사 결론에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새로운 범죄 정황이 발견되면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도 명확히 했다. 애초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에서 출발한 사건이지만 하드디스크 조사 과정에서 하 전 회장에 대한 사찰 정황 같은 다른 수사 단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단서가 포착되면 이를 수사하는 게 수사기관의 임무”라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행정처가 그간 쉬쉬하고 숨겨왔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긴장하고 있다. 법원 간부급을 중심으로 현재 드러난 의혹과 관련되지 않은 자료 제출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김창보 행정처 차장이 전날 입장문에서 “수사의 필요성이나 관련성이 없는 파일 등이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자로서의 책임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정처는 일단 하드디스크 일부를 이미징 방식으로 검찰에 임의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출 범위를 두고 다시 검찰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행정처가 협조적이어서 제출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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