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남북… ‘평화’ ‘번영’을 위해 뛰었다 기사의 사진
남측 임영희(평화팀 11번)와 북측 장미경(번영팀 7번)이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통일농구 경기 여자부 혼합경기에서 넘어진 남측 심성영(평화팀 4번)을 일으켜주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03년 중단됐던 남북 통일농구 경기가 4일 평양에서 개최되면서 남북 농구선수들이 15년 만에 ‘평양 코트’ 위에서 다시 만났다. 참관이 예상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첫날 경기는 남북 선수들이 각각 6명씩 편성된 평화팀과 번영팀 간 대결로 치러졌다. 남자부는 남측 허재 감독이 평화팀을 이끌고, 북측 이덕철 감독이 번영팀을 맡았다. 여자부는 북측 장명진 감독과 남측 이문규 감독이 각각 평화팀과 번영팀을 맡았다.

남북 선수들은 1만여 관중의 박수 속에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선수 입장 때는 남측에서도 유명한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왔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친선경기지만 여자부 경기는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한 끝에 번영팀이 1점 차로 평화팀을 눌렀다. 북측 선수 노숙영과 남측 선수 김한별이 18점씩 득점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남자 혼합경기에서는 평화팀과 번영팀이 102대 10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평화팀은 종료 33초 전 북측 선수 원윤식의 3점 슛으로 승기를 잡을 뻔했으나 0.9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에 나선 번영팀 북측 선수 최성호가 ‘버저비터’를 터뜨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특히 여자 농구는 남북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날 경기를 통해 미리 손발을 맞춰본 셈이 됐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민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인상 깊은 북측 선수로 이정옥과 장미경을 꼽았다.

경기가 열린 류경정주영체육관에도 남북 화해 분위기가 그대로 녹아 있었다. 양측은 친선 경기라는 점을 감안해 국기와 국가를 사용하지 않았다. 1만2000석 규모인 체육관은 북측 응원단으로 만석을 이뤘다. 응원단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이 득점할 때마다 함성을 쏟아냈다. 남측에서 올라간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는 ‘판공 잡기(리바운드)’ ‘걷기 위반(트래블링 반칙)’ ‘측선(사이드라인)’ 등 북한의 농구 용어를 사용해 진행하는 이색적인 모습도 연출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통일농구 재개를 직접 요청한 만큼 남북 선수 간 친선경기가 열리는 마지막 날인 5일에는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조 장관 등 정부 대표단이 북측 고위 인사들과 별도 접촉을 가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표단은 경기 시작 전까지 선수단 및 취재진과 따로 움직였다. 대표단의 방북 기간이 나흘에 이르는 만큼 조 장관과 김 위원장이 개별 면담을 할 가능성도 크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조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길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은 이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산림협력 분과회담을 열어 남북 접경지역 등에 대한 병해충 공동 방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달 중순 방제 지역을 현장 방문할 계획이다. 남북은 또 양묘장 현대화, 임농복합경영, 산불방지 공동대응 등 산림 조성·보호를 위한 협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산림 과학기술 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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