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 피해 한국 택했던 크리스천 난민 기억해야”

제주 찾은 이주노동자 사역자 박천응 목사 ‘예멘 난민’ 해법

“박해 피해 한국 택했던 크리스천 난민 기억해야” 기사의 사진
30년간 이주민 사역을 해온 박천응 목사(왼쪽 네 번째) 등이 3일 제주시 제주이주민센터 인근 난민 숙소에서 예멘인들과 함께했다. 안산이주민센터 제공
경기도 안산에서 30년간 이주노동자 사역을 해온 박천응(57) 목사는 4일 제주도에 있었다. 52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온 예멘 난민 사태를 살피기 위해 대표를 맡고 있는 안산이주민센터를 잠시 벗어났다. 난민 지원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갈린 와중에 이주노동자 사역의 대부(代父)에게 해법을 물었다.

그는 “우선 시급한 건 법무부 난민심사 인력의 보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를 향해 “이전 난민들 중에는 이슬람 국가의 종교박해를 피해 한국행을 택한 크리스천도 있었음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목사는 2013년 국내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 등 다문화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출신으로 1992년 목사 안수를 받아 현재 안산다문화교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먼저 난민의 대량 유입으로 제주도민과 국민이 느끼는 당혹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예멘 난민들은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왔다. 비자가 없어도 체류할 수 있는 점을 이용했다. 예멘 본토에서 곧장 한국으로 온 게 아니라서 문제가 복잡하다. 유럽연합에서도 시리아 난민들이 터키에 머물다 독일 프랑스 등 제삼국으로 또다시 건너온 경우 난민 지위를 인정할 것인가를 두고 격론이 일었다.

박 목사는 예멘 난민 사태가 장기전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우선 한국사회가 난민들의 디테일을 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난민은 국가 기관이나 종교적 차이, 종족 갈등으로 생명이 위험에 처해 해당 지역을 탈출한 이를 뜻한다. 돌아가면 죽는다는 점이 중요한 판단 기준인데 이를 야반도주한 난민 스스로가 입증해야 해서 매우 지난한 작업이다. 법무부의 난민심사가 10년을 넘긴 경우도 있었다. 그때까지 난민 신청자는 체류허가서 한 장을 담보로 날품팔이 일자리를 찾아다니며 극빈층 생활을 감당해야 한다.

박 목사가 찾아간 제주이주민센터 인근 캠프에선 40여명의 예멘인이 건물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이들을 위해 2층 침대를 구하려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당혹감을 느끼는 제주도민들을 위해서라도 법무부가 난민심사 인력을 보충해 면접과 심사 일정을 대폭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96년 이란에서 선교사에 의해 기독교로 개종했다가 명예살인 위협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온 종교난민을 도왔던 경험도 털어놨다. 안산이주민센터는 오는 8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난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실상을 알리는 회견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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