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아름다운 헌신자들… 소유는 잠깐이지만 나눔은 영원하다

(5) 유산 기부 캠페인 ‘밀알의 유산’

[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아름다운 헌신자들… 소유는 잠깐이지만 나눔은 영원하다 기사의 사진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 건축 후원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물. 본관 1층에 설치돼 오가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발달·지적장애를 가진 학생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이곳에 가면 곳곳마다 ‘고당홀’ ‘경희홀’ 등 다양한 이름의 팻말이 부착돼 있다. 학생들의 체력단련실, 회의실, 지역주민을 위한 사랑방 등으로 쓰이는 공간들의 명칭은 이 공간을 건축하기 위해 기부한 이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님비현상을 이겨내고 지역주민과 상생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밀알학교는 많은 이의 희생과 나눔으로 탄생한 공간이다.

선두에 선 사람은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원로) 목사다. 홍 목사는 1996년 당시 모아둔 적금, 장인에게 받은 유산까지 건축헌금으로 내놓고 밀알학교 건축 후원회장을 맡아 건축비 마련을 위해 뛰었다.

남서울은혜교회 교인들 역시 홍 목사 뜻에 따라 적금 상금 퇴직금 조의금 등을 내놓았다. 장기기증으로 받은 요양비를 헌금한 이도 있었다. 수백 명의 사람이 자신의 것을 나누어 장애학생들의 교육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자신의 유산을 기부해 학교 건립에 보탰다. 경희홀도 그중 하나다. 2004년 마련된 경희홀은 고(故) 이경희씨가 남긴 유산 중 기부된 17억원으로 마련됐다.

“아버지께서 회사에서 일하던 중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껴 입원하셨는데 2개월 만에 돌아가셨어요. 두 남동생은 군대에 가 있었고 어머니를 돌보며 재산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문득 아버지께서 생전에 고아원을 운영하고 싶어 하셨던 게 떠올랐어요. 자식에겐 용돈 1만원 주는 것도 고민하던 분이셨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생각은 끔찍하셨죠.”

서울 양천구 한 카페에서 지난 3일 만난 이혜진(41)씨는 14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유산 기부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알고 지내던 회계사로부터 밀알학교의 설립 취지를 듣고 고민 끝에 기부했다”고 했다. 또 “기부금 전달식 때 학교를 방문하면서 장애인도 쾌적한 시설에서 예술적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고 기부를 통해 마련된 공간이 주민들에게 혐오시설이 아닌, 지역을 빛내는 시설로 여겨지고 있음에 더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사훈은 ‘고객을 섬기고 동료를 섬기고 이웃을 섬깁니다’이다. 그는 “결국 이타심과 나눔을 지향하는 게 성공으로 가는 원리이자 하나님이 주시는 천국의 열쇠”라면서 “많은 수익을 얻으면 그만큼 많이 흘려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양주에 사는 탁용순(56·우이제일교회) 집사는 세상을 떠난 아들의 뜻을 이어 장애아동에게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년 전 아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 속에서 장례를 치러야 했다. 장례식 후 아들의 흔적들을 정리하다가 밀알복지재단에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에도 좋은 일에 관심이 있는 건 알았지만 장애아동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는 줄은 몰랐거든요. 아들의 뜻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명의를 바꿔 기부를 지속하기로 했어요. 아들 덕분에 필리핀에 사는 한 아이를 추가로 후원하게 됐죠.” 아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사랑은 남아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은 이달부터 유산기부 캠페인 ‘밀알의 유산’을 시작한다. 기부 가능 유산은 현금뿐 아니라 예금 부동산 전세금 보험금 등 다양하다. 소액도 가능하며 유산의 일부만 기부해도 된다. 변호사 회계사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기부할 유산의 법률적 검토부터 유언장 작성, 유언 공증, 사후 유언 집행까지 함께한다. 기부금은 밀알복지재단에서 진행 중인 복지사업에 사용되며 기부자가 원하는 특정 지원대상이나 희망 분야에 따른 새로운 나눔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는 “성경은 지금 누리고 손에 쥐고 있는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잠시 사용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며 “세상을 떠날 때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일에 쓰이도록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게 유산 기부”라고 말했다. 이어 “유산 기부는 억만장자나 사회지도층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나눔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070-7462-9052).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