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음악이 곧 쉼이죠 기사의 사진
오스트리아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여름휴가 작곡가’로 불렸다. 공연 일정이 없는 휴가 기간에만 작곡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휴가 때 호반의 도시 독일 슈타인바흐에서 매일 아침 6시쯤 일어나 오전 내내 작곡에 몰두했고, 오후에는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요즘 음악가들은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말러처럼 음악 속에서 휴가를 즐기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와 장유진,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윤홍천 5명에게 이메일로 휴가 계획을 물었다. 연주회에서 보여주는 미소 때문에 ‘덕블리(덕우+러블리)’로 불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수석인 김덕우. 그는 8일 “올해는 2주간의 휴가가 생겼는데 한 주는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비바체 음악제에 참가하고, 다른 한 주는 맛집을 탐방하고 책을 읽으며 보낼 것”이라고 했다. 장유진은 이달 중순부터 미국 버몬트주 말보로대에서 열리는 말보로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그는 “한 달 가까이 공기 좋고 경치 좋은 버몬트에서 음악가들과 함께 쉬면서 연주할 생각에 설렌다”며 즐거워했다. 윤홍천은 다음 달까지 여름 음악 축제 연주에 참가하고 9월 이탈리아로 휴가를 떠난다. 그는 “1년 전부터 2주를 비워뒀었는데 며칠은 집에서 쉬고 일주일은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렇게 여름을 음악 축제 연주로 보내는 음악가들이 많다.

연륜 있는 백혜선은 “음악가들은 매년 여름 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각국을 돌아다니는데 그게 곧 휴가가 되기도 한다”며 “올해 나는 미국 지나 바카우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그 2주가 휴가였다”고 말했다. 콩쿠르가 열린 솔트레이크시티는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기 때문에 자연을 누릴 수 있었고, 콩쿠르에 참가한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휴가에 대해 김덕우는 “몇 년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음악제 기간에 만나 함께 공연도 보고 관광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백혜선은 “20대 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는데 스위스 융프라우와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가 참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김한은 “가족들과 부산에 2박 3일 여행을 가서 맛집 투어를 했는데 암소갈비, 밀면, 언양불고기, 복국을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미래에 실천하고 싶은 휴가 계획은 다양했다. 김덕우는 “언젠가 만년설이 쌓인 킬리만자로 같은 산을 등반하며 대자연을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장유진과 윤홍천은 각각 “악기랑 가방만 챙겨서 유럽으로” “유명하지 않은 곳으로”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바쁘게 지내는 김한은 “아무 연락 없는 곳에서 종일 누워있고 싶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휴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하자 “제발 좀 주세요”라고 했다.

대부분은 휴가를 “인생의 쉼표”(김덕우) “쉼, 리셋”(백혜선) “한 템포 느리게 쉬며 재충천”(장유진) 등과 같이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정의했다. 휴가에 듣기 좋은 음악으로는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김덕우) 등 잔잔한 선율의 음악을 권했다(표 참조). 김덕우는 “푸른 숲에 앉아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전원 교향곡에 크게 힐링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추천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