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조민영] 왜 ‘노조 탄압자’가 됐을까 기사의 사진
전직 고용노동부 장관이 양대 노총을 와해하려는 공작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법원에서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받았다. 구속영장은 4일 법원에서 일단 기각됐지만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직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7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노동부 차관을 지내고 장관 자리에 올라 2013년 3월까지 2년 가까이 재직한 이채필 전 장관이다. 이 전 장관은 복수노조와 타임오프제에 특히 애착을 보였다. 2009년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는 노동부 실무 관리자로서, 장관이 된 후에는 바뀐 노조법의 안정적 시행 총 책임자로서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두 사안을 강조했다.

현재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이 전 장관 혐의에도 복수노조와 타임오프제가 관련돼 있다. 검찰은 이 전 장관이 차관 재직 시절이던 2011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해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제3 노총(국민노총) 설립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타임오프제 등 MB정부에서 강하게 추진하던 주요 정책에 한국노총마저 반대하자 새로운 파트너를 필요로 했고, 국정원을 동원해 노동부가 이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국민노총은 실제 출범 후 양대 노총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고, 현대·기아차에 복수노조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이 실무자로서, 차관으로서, 장관으로서 애착을 갖고 추진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불법행위에 맞닿게 된 셈이다. 그가 한 일은 정권이나 조직(노동부)을 위한 일이었을까, 자신의 신념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주장대로 의혹에 불과한 것일까.

노조 와해 공작과 관련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노동부 관련자는 비단 MB정부 때에 국한되지 않는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자문하고 도움을 준 혐의로 송모 전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최근 구속했다. 송 전 보좌관이 삼성전자와 자문 계약을 맺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대응 전략을 함께 짠 시기는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이후다. 그가 모셨던 장관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2006년 노동부 수장이었던 김대환 전 장관이다. 그는 앞서 김대중정부 시절 노사정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더욱이 노동계 출신이다.

그런가하면 금속노조는 노동부가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을 눈감아줬다며 정현옥 전 차관을 비롯한 전현직 노동부 공무원 1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동부 개혁 TF는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한 노동시장 개혁 작업이 노동운동을 방해한 정황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권 성향에 따라 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 비판하겠고, 개인적 일탈이나 비리 행위를 저지른 혐의라면 부패 공무원이라 지적하겠다. 그런데 출신이나 정권 성향을 떠나 계속해서 지적되는 노동부 관료의 ‘노조 탄압’ 의혹은 무엇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한 노동계 인사는 “한국사회가 정권을 떠나 노사 문제에 있어서 얼마나 한쪽으로 철저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는지가 현 정부의 과거 청산 작업에서 무작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며 급속 성장한 한국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보다는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기업의 ‘자본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일부 강성 노조의 행태로 인해 생겨난 노조 반감도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소위 ‘메인스트림(주류)’이 ‘반(反)노조’인 사회 풍토 속에서 굳이 의식해 긴장하지 않은 채 주류 흐름에 올라타면 자연스레 ‘반노조’ 대열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그래도 최소한 노동자 권익 보호와 바람직한 노사 관계를 정립할 책임이 있는 노동부라면 통상적 사회 기준보다 좀 더 ‘친(親)노조’가 되고자 애써 균형을 잡아야 했던 것은 아닐까. “노조 와해라는 생각을 (노동부 관료가) 어떻게 가지겠느냐”는 이 전 장관에게도 한번 다시 묻고 싶다.

조민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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