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시화공단 중소기업인들의 쓴소리 “직원 늘리니 규제도 늘더라” 기사의 사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실무진으로 꾸려진 ‘투자지원 카라반’ 관계자들이 5일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에 위치한 굴삭기 부품 제조업체를 방문해 제조시설과 공정, 인력 현황 등 현장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표정은 담담했지만 쏟아져 나오는 발언은 강했다. 혁신성장, 일자리 창출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기업인들은 작심한 듯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말을 이어갔다.

“서류 속에 존재하는 규제가 현장으로 오면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가 됩니다.” 중소 도금업체인 유일금속을 운영하는 설필수 대표는 새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업장을 세우는 일이 촘촘한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규 사업장을 만들려 해도 장외영향평가 등을 거쳐 허가를 받으려면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수주를 받으면서 1년 후에 납품하겠다고 하면 어느 곳이 이걸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설 대표는 비용 문제도 지적했다. 장외영향평가를 포함해 허가 요건을 갖추려면 작은 사업장이라도 1000만원 이상이 든다고 전했다. 그는 “초기 비용을 내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관리·유지에까지 돈이 들어가는 상황은 중소기업에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5일 경기도 안산의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에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각 정부부처의 공무원들과 마주한 중소기업 대표들은 정부 인식과 현장 실태 사이에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고 꼬집었다. 8개 업체의 대표들은 4시간가량 다양한 현장의 애로를 전달했다. 1만9202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반월·시화공단을 대표하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업체 대표들은 특히 규제가 중소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다고 성토했다. 도금·금속제조업체인 기양금속공업은 매출액 증가에 따라 지난해 40명이던 직원을 올해 초 51명으로 늘렸다. 그런데 ‘50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기준에 들어서자마자 새로운 규제가 다가왔다. 회사 안에 1명 이상의 보건관리자와 안전관리자 등을 의무 배치해야 하는 규제였다. 배명직 기양금속공업 대표는 “보건관리자만 예로 들자면 규정대로 자격증을 갖고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람을 1명 뽑을 경우 월 350만∼400만원 달라고 한다”며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공장 인력을 늘리고 싶은데 1명 안 뽑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기재부가 혁신성장 정책의 하나로 이날부터 가동한 ‘투자지원 카라반’은 산업현장의 얘기를 전하는 창구 역할을 자처했다.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 12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반월·시화공단을 포함해 전국 6곳의 산업단지에 투입된 ‘카라반’은 56개 업체를 찾아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규제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법 개정사항이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예전부터 규제 개선사항으로 건의했지만 부처별 판단이 달라 해결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산업현장에선 혁신성장의 필수조건인 규제 개혁을 위해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얽히고설킨 규제 그물망을 풀어낼 새로운 수단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 풀 수 있는 규제는 빨리 풀고 법 개정 사항도 속도를 내보겠다”고 말했다.

안산·시흥=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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