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패권 충돌’ 장기화에 무게… 세계 경제 치명상 우려 기사의 사진
美, 양호한 경제지표 믿고 中 전면 개방까지 밀어붙일 듯
中은 유럽 등 우군 확보 나서
中 수출 감소 땐 亞 GDP 타격… 한국도 장기전에 대비해야


미·중 무역전쟁의 포탄이 결국 떨어졌다. 앞으로 포탄들이 얼마만큼의 강도로, 얼마나 오랜 기간 상대방 진영에 퍼부어지는지가 관건이다. 시장에선 전황(戰況)을 두고 낙관과 비관이 혼재한다. 무역전쟁으로 입을 피해를 고려하면 G2(미국과 중국)의 ‘전면전’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패권을 놓고 G2의 충돌이 길어질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 G2 사이에 낀 한국 경제도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G2가 지난 6일(현지시간) 각각 발효한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량급 폭탄’이라기보다 ‘상징’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은 자국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중국산 산업재 등을 주로 겨냥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G2 모두 이달 중순 160억 달러 규모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미국은 중국산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조준했다. 중국의 제조업 첨단화 계획인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가 사실상 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중국이 계속 보복관세로 맞서면 총 5000억 달러 규모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쯤에서 무릎을 꿇으라는 엄포다. 김두언 KB증권 수석연구원은 8일 “블러핑(허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이 고삐를 늦추지 않는 배경에는 양호한 고용지표, 무역수지 등이 있다. 경기가 좋아 무역전쟁을 버틸 체력이 있다. 반면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는 평가다. 중국이 지난해 거둔 무역흑자 가운데 미국 비중은 65%나 된다. 관세로 맞부딪치면 되레 손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관세 부과에 나선 본심은 중국시장 개방에 있다고 진단한다.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그만두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잃는 일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에 따른 피해액을 연간 3080억 달러로 추산한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가 ‘제살 깎아먹기’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중국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자유무역을 수호하겠다며 우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지난 6일 불가리아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와 회담을 갖고 “보호무역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과 손잡고 미국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중국의 관영 언론 등은 “무역수지는 논의할 수 있지만 ‘중국제조 2025’는 건드릴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G2의 입장차가 단기간에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전면전이 계속되면 글로벌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미국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따라 총수출을 10% 줄이면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 1.1%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분쟁이 10∼20년 가까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관련 자문그룹들은 중국을 상당히 견제하고 있다”며 “한국도 장기간의 무역환경 악화에 대비해 기업 경영환경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하윤해 임주언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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