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美 ‘시진핑 첨단굴기’ 조준… 中 ‘트럼프 팜벨트’ 타깃 기사의 사진
화물 트럭들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항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AP뉴시스
“트럼프 지지층 800만명 직격탄”
무역갈등 경기침체 이어질 땐 中 공산당 통치 정당성도 타격
무디스 “내년 말까지 美 일자리 14만5000개 사라질 가능성”


미·중 무역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서로 아픈 곳을 공략하는 구도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경제의 미래 비전인 ‘중국제조 2025’의 핵심 분야를 타깃으로 삼았고,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팜벨트’(농업지대)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겨냥했다. 이번 무역 전쟁은 미·중 경제뿐 아니라 양국 지도자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에선 팜벨트와 러스트벨트를 정조준한 중국의 보복관세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카운티 중 약 20%인 800만 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부 대초원 지대의 대두(콩), 다코타·텍사스주의 석유, 북부·중서부의 자동차 등이 주요 피해지역과 품목으로 꼽힌다.

시 주석 역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은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818개 품목에 25% 관세 조치를 발효한 데 이어 2주 이내에 160억 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에도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시 주석에게 미·중 무역전쟁은 (시 주석에게) 가장 큰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천다오인 상하이 정법대 교수는 “미·중 무역 갈등이 중국의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애플이나 구글에 대한 보이콧, 위안화 절하, 미 국채 매각 등 비관세 ‘무기’를 총동원할 수도 있지만 부메랑이 될 수도 있어 고민이 깊다. 자국에서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를 하면 미국도 같은 보복을 할 수 있는데다 다른 국가들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중국 항만에선 미국산 수입품 통관작업이 지연되는 등 벌써부터 무역전쟁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산 대두 7만t을 실은 벌크선 피크 페가수스는 지난 5일 다롄항 도착을 목표로 운항했으나 관세 발효가 시작된 6일 오후 도착함으로써 ‘첫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미·중의 고래싸움이 내년까지 장기화될 경우 대공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적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의 분석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내년 말까지 미국 내 일자리 14만5000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도 내년 말까지 0.3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소비제품의 다수를 차지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제품 가격이 올라가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문을 닫는 기업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경제성장률이 연 0.3%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미·중의 갈등은 우려스러운 일이며 세계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하윤해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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