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캠페인] CDP 통해 ‘꿈꾸는 바오밥나무’로 자라는 ‘어린 나무’들

마다가스카르 암부히바우 CDP 센터를 가다

[‘회복’ 캠페인] CDP 통해 ‘꿈꾸는 바오밥나무’로 자라는 ‘어린 나무’들 기사의 사진
최승일 수원목양교회 목사(오른쪽)가 지난달 19일 마다가스카르 암부히바우 지역에 위치한 ‘쓰레기 마을’ 내 교회에서 현지인들을 상대로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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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자라는 땅, 애니메이션 속 여우원숭이가 눈앞에서 뛰노는 곳. 인도양의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는 미지와 환상의 세계쯤으로 여겨진다. 479달러(약 53만원)에 불과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 국민 약 70%가 절대빈곤층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외면되기 쉽다. 11년 전 첫발을 디딘 이 가난한 땅에서 아동개발프로그램(CDP)을 거름 삼아 ‘어린 나무’를 키우고 있는 부부가 있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 소속 기대(기아대책)봉사단 이정무(41)·박지은(41) 선교사다.

지난달 22일 ‘CDP 데이’를 맞아 경기도 수원목양교회 최승일(67) 목사와 함께 이 선교사 부부의 사역 현장을 찾았다.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암부히바우 초등학교 운동장은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220여명의 어린이로 가득 차 있었다. 마땅한 즐길 거리가 없는 이곳에서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CDP 데이는 어린이날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찬양에 맞춰 손발을 연신 흔들며 춤을 췄다. 줄다리기에서 이기기 위해 손에 흙을 묻히고 신발까지 벗었다. 점심 땐 삼삼오오 교실에 모여앉아 쌀밥과 닭고기 스튜를 나눠먹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사리손들은 생닭을 한 마리씩 쥐었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11살 소녀 사브리나도 마음껏 CDP 데이를 즐겼다. 사브리나는 엄마와 단둘이 단칸방에 살고 있다.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엄마는 늦은 밤 집에 돌아온다. 홀로 집을 지키는 일이 숙제인 사브리나는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춤을 추고 크게 소리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사브리나는 다음 달 중학교 진학 시험을 앞두고 공부에 한창이다.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묻자 사브리나는 “의사가 되고 싶다”며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고 싶다”고 수줍게 속삭였다. 사브리나는 2011년 CDP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꿈이라는 것을 품게 됐다. 원래 사브리나의 장래희망은 작은 콩을 파는 노점상이었다고 한다. 최 목사는 사브리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커서 꿈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 선교사 부부는 사브리나 같은 결연아동 400여명을 매주 사랑으로 보듬고 있다. 목요일마다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암부히바우 초등학교를 찾아 영어와 불어, 체육을 가르친다. 중·고등학생들은 수요일 방과 후 암부히바우 CDP 센터에서 영어와 불어, 체육, 컴퓨터, 재봉 기술을 배운다. 이 선교사 부부는 아이들에게 복음도 함께 전한다. 모든 CDP 활동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마다가스카르는 전체 인구의 48%가 기독교 신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토착 신앙이 섞여 있고 조상을 후하게 대접해야 복을 받는다는 개념도 뿌리 깊다. 시신을 3∼5년마다 무덤에서 꺼내 다시 장례를 치르는 풍습(파마디아나)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집안 대소사에 앞서 무당이나 점성술사를 찾아가는 일도 잦다.

이 선교사 부부는 지난해부터 ‘파나리 파쿠’로 불리는 쓰레기 마을도 매주 찾고 있다. 생활비를 쪼개 급식 사역을 하기 위해서다. 생후 24개월 미만 유아를 동반한 여성과 임신부에게 고기가 든 한 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인 목사의 호의로 예배당을 빌려 음식을 나눠주고 있는데, 주일에 이 교회를 찾는 발길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박 선교사는 “마다가스카르에 처음 왔을 때 만난 아이들이 이제 어른이 된다”며 “이 아이들이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자신의 가정을 세우며 사회를 바꿔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다가스카르에 뼈를 묻겠다는 부부는 태권도 선교대학 설립이라는 부푼 꿈을 꾸고 있다.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이 선교사는 마다가스카르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태권도와 불어 실력을 갖춘 아이들이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선교사로 자라 아프리카 대륙으로 뻗어나가고 부흥의 물결을 일으키길 소망한다고 한다.

최 목사는 해외 선교를 위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케냐에 총 10개의 예배당을 짓고 현지인 목사를 세웠다. 지난 10년간 수원 지역 후원이사회 회장과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십시일반으로 기아대책을 후원했다. 실제로 기아대책의 해외 사역 현장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목사는 “아이들의 동반자가 된다는 점, 구호와 함께 복음을 전한다는 점이 일반 구호단체들과 차별화되는 기아대책의 장점인 것 같다”며 “교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듯 기아대책의 사역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도 했다.

▒ 9월 한국 개최 호프컵 출전 결연아동들 훈련 구슬땀
월드컵 대표만큼 뜨거운 ‘희망 담금질’


오는 9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주관하는 제2회 ‘호프컵(HOPE CUP)’이 열린다. 전 세계 10개국에서 결연아동 120명을 초청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잠재력을 발휘하고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마련된 축구 대회다.

2018 러시아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지난달 23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 외곽에 위치한 암부히바우 아동개발프로그램(CDP) 센터에서 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12명의 ‘국가대표’ 아이들을 만났다.

태어나서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아이들이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메자(15)는 “후원자를 만나 당신 덕분에 얼마나 기쁜지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시안나(14·여)도 후원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바린자카(15)는 “한국교회를 찾아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하자티아나(15)는 그간 익힌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한국인에게 건네고 싶다고 했다. 로조니리나(15)와 티에리(15), 듸 도네(15), 조 브라드(14)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공격수 에닌추아(14)의 꿈은 마다가스카르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는 것. 피파랭킹 106위인 마다가스카르는 한 번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적이 없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그는 “세계적 축구선수 호날두처럼 월드컵에서 활약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학만큼이나 축구를 좋아하는 미아린추(16)는 “마다가스카르를 대표하는 만큼 꼭 승리하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A조에 속한 마다가스카르 대표팀은 조별예선에서 볼리비아 카메룬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대표팀과 맞붙는다. A조 1위는 B조(한국 몽골 멕시코 코트디부아르 태국) 1위와 결승전을 벌인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기 위해 아이들은 기초체력 훈련과 연습경기, 비디오 분석을 통해 담금질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 주장이자 골키퍼인 누피(17)는 “모든 경기를 하나님의 손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기대(기아대책)봉사단 이정무·박지은 선교사 부부는 지난 2월 400여명의 결연아동 가운데 호프컵에 출전할 12명의 아이를 선발했다. 축구 실력과 성실성, 신앙심을 골고루 따져봤지만 아이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에 마음이 기울었다고 한다. 부모를 잃고 이모 집에서 얹혀살던 살루히(15·여)는 최근 먼 친척에게 팔려갈 뻔했다. 이모가 군식구를 덜기 위해 강제로 결혼시키려 한 것이다. 처음 한국에 가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살루히는 수줍게 웃으며 “좋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선교사 부부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한국 방문을 계기로 희망을 품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호프컵의 주제는 ‘처음 만나는 희망, 헬로 호프(hello HOPE)’다.

암부히바우(마다가스카르)=글·사진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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