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에게는 세례… 어린이는 만 15세까지 기다려라?

예장통합 공청회서 논의

영아에게는 세례… 어린이는 만 15세까지 기다려라? 기사의 사진
예장통합 총회 국내선교부 총무인 남윤희 목사(오른쪽 두 번째)가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아동세례의 성서적 배경을 다룬 장로회신학대 박경수 교수의 발제문을 대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영아세례는 가능한데 아동세례는 안 된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한국 주요 장로교회의 현실이다. 만 0∼2세 아기를 지칭하는 영아는 부모 손에 이끌려 세례를 받을 수 있으나 3∼14세인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은 세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세례를 받지 못했으니 성만찬에도 끼지 못한다. 소외감이 상당하다. 어린이들은 만 15세를 넘겨야만 신앙고백 후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를 전면 개편하기 위한 공청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국내선교부 주최로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모든 어린이에게 세례를!’이란 구호가 내걸렸다. 공청회에서는 어린이에게 특별히 세례를 주지 않을 성경적 근거가 없음이 확인됐다. 미국 영국 독일 장로교들은 물론 국내 감리교 침례교 순복음 교단에서도 아동세례가 진행되고 있음이 보고됐다. 유아세례와 아동세례를 구별하지 말고 전 연령대에 세례를 주어 단 한 명이라도 복음으로 이끌자는 의견이 공감대를 이뤘다.

양금희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먼저 용어 정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영아는 아기란 뜻으로 만 0∼2세를, 유아는 유치원을 다니는 3∼6세로, 아동은 초등학생인 7∼12세로 본다고 했다. 어린이가 좀 모호한데 청소년기 이전의 만 12세 이하를 통칭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동복지법에선 18세 이하 미성년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양 교수는 ‘아동’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성경에는 아동세례에 관해 직접적 언급이 없으나 예수님은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고 꾸짖었다. 박경수 장신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마태복음 19장 13∼14절의 “그때에 예수께서 안수하고 기도해 주심을 바라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매 제자들이 꾸짖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린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데려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니라 하시고”라는 말씀을 인용했다. 박 교수는 이를 “유아와 아동들이 세례와 성찬의 복된 자리에 오는 것을 금해선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교회학교 침체에 따른 현실적 이유도 추가됐다. 서울 온무리교회 조용선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에 보고된 교회학교 교세 현황을 소개했다. 2000년 영아부에서 중고등부까지 총 60만1822명이던 학생이 2016년엔 38만1809명으로 줄었다. 조 목사는 “한 아이를 교회 나오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면서 “교단 헌법을 근거로 만 15세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부모들이 신앙을 자녀의 뜻에 맡기는 추세가 늘고 있는데 만 15세 이상으로 세례 나이를 제한하면 오히려 자녀의 자유의지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목사는 “아동들에게 세례를 베풀어 1대 2대 3대 그리고 4대가 함께 서로 배우며 신앙생활을 하도록 돕는 데서 한국교회 위기도 극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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