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바람에… 佛서 日 만화 도마에 기사의 사진
일본 만화 ‘데드 튜브’ 프랑스판 7권의 한 장면. 원래는 노골적인 성폭력 묘사가 담겨 있던 부분을 완전히 검게 칠했다. 트위터 캡처
미투(#MeToo) 운동 이후 프랑스에서 일본 만화의 성차별적 요소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르몽드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주인공의 과도한 노출은 예사고 여성에 대한 성폭력 장면까지 여과 없이 묘사해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세 여성 글라디 부셰리는 몇 년 전부터 일본 만화를 읽다 불편한 감정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부셰리는 지난 6일 파리 근교 빌팽트에서 열린 일본 문화 축제 ‘재팬 엑스포’ 행사장에서 르몽드 기자에게 “일본 만화 속 여성 묘사는 정말 문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여성의 동의(同意)라는 개념이 부족하다. 소년에게 원치 않는 입맞춤을 당한 소녀가 결국에는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줄거리의 만화도 있다”고 말했다.

역시 재팬 엑스포를 찾은 31세 여성 카린은 일본 소년만화에 특히 불만이 많다. 카린은 “소년만화에 나오는 여성은 왜 그렇게 노출이 심한지 모르겠다”면서 “반면 남성 인물들은 속옷 바람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없다. 이런 걸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동적 여성상에 집착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크리스틴 레비 보르도-몽테뉴 대학 교수는 “미투 운동은 일본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면서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반향은커녕 사회적 논쟁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투 운동이 문화계 자정 작용을 이끌어낸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만화 편집자들 사이에서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출판계도 문제의식이 없는 건 아니다. 프랑스의 일본 만화 편집자들은 언어 표현을 순화하거나 말풍선 크기를 키워 자극적인 부분을 가리는 등 손질을 해왔다. 한 장면을 통째로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일본 만화 ‘데드 튜브’ 7권에는 노골적인 성폭력 묘사가 있지만 프랑스판에서는 이 부분이 검게 칠해져 있다. 이 책을 번역해 출간한 델쿠르 출판사 편집자 파스칼 라핀은 “그 장면은 전체 줄거리 진행과 별 관련이 없었다”면서 “넘어서면 안 될 선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출판계는 일본 스스로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 만화 편집자 기욤 카프는 “일본은 전 세계에 만화를 수출하면서도 굉장히 자기중심적”이라며 “결국 일본에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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