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배 곯아봤기에… 배 고픈 이들 섬기기 42년째

가락시장 태산유통 김태산 대표의 ‘식자재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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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산(왼쪽) 태산유통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한 창고에서 교회로 보낼 돼지고기를 봉사자 연기종씨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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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한 창고. 김태산(68) 대한족구협회장이 돼지고기와 양파를 한가득 들고 이완기(64)씨의 차에 실었다. 250근(150㎏) 넘는 고기와 양파 20여망이 이씨를 통해 서울 강남구 늘사랑교회(이강호 목사)로 보내졌다. 이렇게 보내지는 고기는 한 주에 2000근(1200㎏), 채소는 수백t에 이른다. 송파구 내 경로당 162곳과 수도권 교회 114곳이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김 회장으로부터 식자재를 지원받는다.

김 회장은 목사는 아니지만 지역 원로목사들로부터 ‘실천하는 목사’로 불린다. 40여년을 쉬지 않고 아낌없이 베풀었기 때문이다. 1979년 농수산물 유통업체인 태산유통을 설립한 후 수입의 절반은 봉사를 위해 썼다. 다른 기업들과 차이가 있다면 기업의 자산이 아니라 본인의 수입을 아낌없이 쓴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10년마다 결식아동과 무의탁 노인을 각각 30가정씩 선정해 2회에 걸쳐 섬겨왔다. 이들에게 식료품과 학자금 등 생활비 일부를 지원했다. 어려운 120가정의 아버지가 된 셈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식료품을 전달받은 양로원과 교회 등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김 회장이 받은 봉사상은 대통령상 등 200개가 넘어 코팅해 상자에 넣어둘 정도다.

김 회장은 목사와 선교사도 수백명 후원해 왔다. 가락시장 내 노천교회를 20년 이상 물심양면으로 도와 이웃 어르신에게 음식 나눔을 실천했다. 하지만 고기를 받아 쌓아놓고 썩혀둔 목사, 다툼으로 서로 시기하는 목사 등을 수없이 봐온 점은 아쉽다고 한다.

그가 봉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 배고픔을 알기 때문이다. 신문 배달에서부터 가방공장 보조용역 등을 하며 배고팠던 경험이 있다. 김 회장은 76년 군 제대 후 용산시장에서 일하며 한 국회의원의 자택에 고기를 배달했다. 새 고기를 받느라 오래된 고기를 버리는 가사도우미의 모습을 봤고 그 고기를 받아 시장에서 직접 두부와 함께 끓여 나누며 시작한 봉사가 42년을 이어왔다.

김 회장의 꿈은 두 가지다. 하나는 회사가 농사를 짓고 있는 대부도 땅에 독일 디아코니아 마을과 같은 실버타운을 세우는 일이다. 넓은 부지에 병원과 숙소, 산책로를 갖추고 어르신의 임종까지 함께하고자 한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기 족구대회를 여는 것이다. 김 회장은 “삼국시대부터 족구를 즐긴 우리는 족구 종주국”이라며 “800만 족구인을 위해 큰 잔치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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