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석사학위 받았지만… 농촌서 새 삶 살아요” 기사의 사진
‘엄마, 나 시골 살래요!’의 저자 이아나씨가 방울토마토를 가꾸는 모습. 전남 구례에 사는 그는 10일 그곳에서 계속 살지에 대해 “나도 궁금한 부분이다. 여하튼 지금은 좋으니까 한동안은 이곳에 살 것 같다”고 했다. 이아나씨 제공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딸이 시골에서 농부로 살겠다고 하면 엄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신간 ‘엄마, 나 시골 살래요!’(이야기나무)는 간단히 말하면 시골살이를 결심한 미혼 이아나(35)씨가 엄마를 설득하기 위해 쓴 편지 형식의 귀농귀촌 에세이다. 부제는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딸의 편지’다. 이씨는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엄마는 지금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는 눈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이해를 많이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줄곧 자란 그는 서울에서 건축학으로 학부를 마치고 5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태국 치앙마이대 대학원에서 인류학 석사학위를 받고 돌아왔다. 현재는 전남 구례에서 ‘반농반X’의 삶을 살고 있다. ‘X’란 농사와 병행하는 다른 일을 가리킨다. 그는 낮에는 지방자치단체 계약직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텃밭을 일구고 있다.

이씨는 “처음엔 그저 서울을, 도시를 떠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태국에서 공부하면서 농촌으로 가야 내가 배우고 생각한 대로 살 가능성이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민족 언어와 공교육이란 주제로 석사논문을 썼다. 귀국 후 2016년 책의 배경이 된 전국귀농운동본부와 전북 순창군 주관 농촌생활학교에 입학해 6주간 교육을 받았다.

“도시에서 지구를 병들게 하는 일에만 동참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는 농부 시인 서정홍 선생의 강의를 듣고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이씨는 “소비 중심의 도시에서는 돈을 목표로 살기 쉽고, 내 소비가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하기도 어렵다”며 “그 반대의 삶을 위해 시골에서 살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여러 귀농귀촌 교육을 받은 뒤 터전을 구례로 정했다. 그는 “추위를 많이 타서 따듯한 남도를 목표로 삼았고, 가장 좋아하는 산인 지리산이 있는 구례로 오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삶이 만족스러울까. 이씨는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고, 농작물을 통해 생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게 좋다. 내가 원하고 선택한 대로 시간을 온전히 쓴다는 느낌도 참 좋다”고 했다. 주변에 귀농귀촌한 ‘언니’들과도 친하게 지낸다고 했다.

좋은 점만 있진 않을 것이다. 그는 “시골 어른들이 배려해주셔서 좋은데 괜히 ‘내가 실수하진 않을까’ 눈치를 보게 된다”며 “사소한 예로 늦잠 자고 일어났을 때 길에서 어른들을 마주치면 너무 민망하다”고 했다. 그래도 도시 생활에 비하면 생활비가 절반에 절반도 들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대로 적게 소비하며 자족하는 삶이다.

지난 주말 그는 쉬면서 매실 식초를 담그고 책을 읽고 느지막이 텃밭 일을 조금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씨의 책은 농촌생활학교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쓴 편지에 시골살이의 어려움을 상세히 덧붙였다. 귀농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길잡이가 될 만하다. 카카오가 주관하는 제5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