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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 인권 특별보고관 “본인이 희망하면 북한으로 보내야”

탈북 종업원 딜레마에 빠진 정부

유엔 북 인권 특별보고관 “본인이 희망하면 북한으로 보내야” 기사의 사진
중국 저장성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2016년 4월 집단 탈북한 종업원들이 입국 후 보호시설로 이동하는 모습. 이들이 스스로 탈북한 게 아니라 국가정보원에 의한 ‘기획탈북’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북한이 이들의 송환을 요구해 왔다. 통일부 제공
정부가 ‘탈북 종업원 북송(北送) 딜레마’에 직면했다.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 국적을 획득한 이상 북송은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유엔 고위 관계자가 북송 희망자가 있을 경우 이들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북한이 일부 종업원의 북송을 더욱 강력히 요구할 경우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6년 중국에서 탈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일부를 면담한 결과를 발표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탈북 과정에)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 확인됐고, 제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이들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한국에 오게 됐다”며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받지 못하고 기만을 당해 한국에 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잔류나 북송에 대한) 이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 만약 북한 송환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의 의사는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송 희망자는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킨타나 보고관은 일부 종업원의 탈북이 납치에 의한 강제 탈북일 가능성도 제기하며 한국 정부에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납치된 것이라면 범죄로 간주돼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신속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고위 관계자의 공개적인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 과정 조사 요구로 인해 정부는 상당히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납치설을 제기한 일부 보도에 대한 조사만 현재 진행 중이며, 그 외의 조사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공식 권고사항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소한 탈북 과정의 적법성과 향후 거취에 대한 종업원의 의사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수준의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조사 결과 일부 종업원이 납치됐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북송 여부를 놓고 또 한 차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이 보다 공세적으로 종업원 북송을 요구할 경우 이제 막 협상을 시작한 철도·도로·산림 협력 등 각종 남북 경협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22일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 종업원 북송 문제를 원론적 수준에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요구 강도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또 조사에서 납치라는 결론이 날 경우 ‘자유의사에 의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종업원의 북송은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정부 입장도 흔들릴 수 있다.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탈북 종업원 다수는 한국사회 잔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신원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이들은 자신의 신원은 물론 잔류 의사가 공개되는 것 자체를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잔류 희망 의사가 알려질 경우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 일부 종업원은 한국행이 확정되기 직전까지도 한국에 간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에 인권 논의에 적극 나설 것도 촉구했다. 그는 “평화·비핵화 논의 시작과 더불어 인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에 응하길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최승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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