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여명 복용 ‘발암 고혈압 약’ 어쩌나 기사의 사진
고혈압 치료제의 원료에서 발암가능물질이 발견된 데 따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약국과 병원이 문을 닫은 주말에 문제가 되는 약 목록을 공개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발암가능물질이 함유된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가 지난 9일 기준 17만8536명에 이른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혈압 치료제 115개에서 발암가능성 불순물(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함유 원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되는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한 환자들은 우려와 분노가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이틀 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6년이 넘게 발암 약을 먹었는데 어떻게 하느냐’ ‘약 교환으로 그칠 게 아니라 손해배상을 해 달라’는 등 글이 다수 게재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NDMA는 동물의 암을 유발하지만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한 물질”이라며 “NDMA 함유량 등을 조사 중이니 인체 유해 정도가 향후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말에 문제가 되는 고혈압 약 명단을 공개한 것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약품의 경우 다른 제품의 리콜과 다르게 문제가 있어도 환자들이 약을 당장 끊을 수 없다”며 “환자의 혼란을 줄이는 게 최우선인데 정부는 대처 방안 없이 명단부터 주말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9일 저녁 뒤늦게 환자들이 한 차례에 한해 무상으로 약을 교환할 수 있도록 방안을 내놓았다.

또 정부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연락해 치료제를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이날 의료기관의 연락을 받지 못하고 보도를 보고 약 리스트를 확인한 후 약국에 달려간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 안 대표는 “고혈압 환자는 고령층이 많아 인터넷에서 약 명단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며 “의료기관에서 신속히 연락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대형 병원은 환자가 많아 연락에 시간이 좀 걸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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