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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보혈’ 성만찬 때 포도주? 포도즙?

‘예수 보혈’ 성만찬 때 포도주? 포도즙? 기사의 사진
예수님의 보혈이자 새 언약을 상징하는 성만찬의 포도주. 알코올을 금하는 교회에서 포도주를 마셔도 괜찮을까. 혹시 포도주가 아니라 포도즙을 마셔야 하는 건 아닐까. 정답은 둘 다이다. 마태복음 26장, 마가복음 14장, 누가복음 22장에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최후의 만찬으로 그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잔에 부어 마신다고 돼 있다.

기독교 주요 교단에서 아동세례가 확산(국민일보 7월 10일자 26면 참조)되면서 성만찬 의례 때 포도주를 써야 하는지 포도즙을 써야 하는지도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단에 따라 알코올이 포함된 포도주를 쓰곤 하는데 의례 기능이 강조됐다고 하지만 어린이에겐 부적절하다. 힘겹게 알코올 의존증을 이겨내면서 신앙을 회복한 성인에게도 금주 결심이 무너지는 계기로 작동할 수도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헌법은 포도주 대신 ‘포도즙’을 성만찬 음료로 규정하고 있다. 포도즙이 발효되면 포도주이므로 포도즙이 포도주를 포괄하는 개념이란 해석도 있다. 물론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알코올 중독은 예수님 당대엔 드물었고 대량소비 사회가 시작된 현대에 본격화됐다.

김명실 영남신학대 예배학 교수는 10일 “알코올이 있느냐 없느냐는 본질이 아니며, 예수님의 언약을 반추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장통합 헌법 역시 ‘포도주(혹은 포도즙)’ 등으로 선택지를 넣어 적절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만찬 때 쓸 포도즙의 용도로 1869년 미국교회에서 개발된 음료가 웰치스(Welch’s)다. 감리교 목사이자 치과의사였던 토머스 브롬웰 웰치의 이름에서 따왔다. 웰치 목사는 다른 교회에서도 성찬 때 포도주 대신 포도즙을 쓸 것을 권했다.

그의 아들 찰스 웰치는 아버지의 포도즙에 ‘웰치스 포도주스(Welch’s Grape Juice)’라는 이름을 붙여 1893년 만국 박람회에 출시했고 폭발적 반응을 끌어냈다. 20세기 미국의 금주법 시대는 웰치스에 더욱 날개를 달아줬다. 지금은 발포성 와인 느낌을 내도록 탄산을 섞은 웰치스도 나온다.

유럽에선 화이트 와인을 종종 성만찬에 쓴다. 김 교수는 “성찬은 예수님의 피를 기억하고 나누는 의미 때문에 컬러 심벌리즘(Color Symbolism)도 중요하다”면서 “그리스도 보혈의 상징이니 레드가 더 의례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찬 이외에 애찬(Love Feast)도 있다. 성경에는 간소한 성찬과 정식 식사에 가까운 애찬이 특별히 구별되지 않았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사진)에서도 보이듯 상 위엔 포도즙과 빵 외에 다른 음식도 있었다. 예장통합은 성찬과의 혼돈을 우려해 현재 애찬을 금하고 있지만, 존 웨슬리가 이끈 감리교단은 정식 식사인 애찬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영국에선 애찬을 홍차와 비스킷으로 진행한다”면서 “우리도 의례를 정한 뒤 구역예배 등에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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