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도 없는데… 국민연금 이달 말부터 기업의 의결권 행사 시작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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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이달 말에 예정대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시행한다. ‘금융시장 공룡’ 국민연금의 참여는 상당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연금 사회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증폭되고 있다. 당장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공모·임명 과정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개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신(新) 관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앞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청회는 오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다. 이어 복지부는 이르면 26일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투자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행동 지침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20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공청회에선 스튜어드십 코드의 세부 지침이 공개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재계의 경영권 침해 우려를 감안해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위의 내용이 담긴다. 주주권 행사 범위에 ‘주주제안을 통한 사회이사(감사) 후보 추천’ 같은 경영권 간섭 논란 사안은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도입을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주주권을 강화하면서 ‘주주총회 거수기’라는 오명을 버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기대가 높다. 반면 국민연금이 기업을 압박하고 경영에 개입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연금 사회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의 노후자금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은 기금 관리와 증식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면서 “경영개입을 통해 기금을 지배하려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해외 연기금의 경우 운용 독립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도 논란이 없었다”면서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의사결정 구조를 독립시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사개입 논란은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장 실장과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는 본부장을 비롯해 임원 4명의 자리가 비어 있다. 기금 운용목표와 방향을 결정하고 책임질 사람이 없는 상황이 수익률 저조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기금 수익률은 연환산 기준으로 1.66%다. 지난해 수익률(7.26%)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다.

박재찬 최예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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