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안 하려 거부? 살인 막으려 군대 간다!”

종교적 병역거부 논란 속 크리스천 청년들의 반론

“살인 안 하려 거부? 살인 막으려 군대 간다!” 기사의 사진
병역거부가 양심적인 것처럼 호도되는 시대다. 병역거부가 양심적인 것이라면 병역의무를 다하는 것은 비양심적 행위가 된다. 이 같은 왜곡은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이 자신들의 교리에 따른 병역거부를 ‘양심적’이란 말로 포장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지난달 28일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결정하면서 이를 문제로 지적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실상 당사자의 양심에 따른 혹은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를 가리키는 것일 뿐, 병역거부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병역의무 이행은 비양심적이 된다거나 병역을 이행하는 거의 대부분의 병역의무자들과, 병역의무 이행이 국민의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이 비양심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호와의증인과 달리 기독교인은 병역의무를 도덕적이고 정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청년 기독교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기독교인들은 공통적으로 국가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강조하며 군 입대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가라는 공동체에 포함된 만큼 국가가 요구하는 책임에는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16일 육군 현역으로 입대하는 주모(23)씨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왜 군대에 가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씨는 “예수님도 성전세를 내야 한다며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눅 20:20)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알고 있다”며 “하나님께서 국가의 의무를 허락하셨기 때문에 입대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 달 입대하는 양찬혁(22)씨도 인간이 공동체에 필연적으로 속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양씨는 “교회부터 나라까지 인간사회는 공동체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공동체와 나 자신이 서로 필요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병역도 공동체의 요구라고 여겨 입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군대는 살인을 위한 곳?

여호와의증인처럼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도 확고했다. 여호와의증인은 ‘살인을 금하고 사람을 사랑하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병역거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살인이나 침략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살인을 막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하기 때문이다.

10월 입대가 예정된 윤명식(21)씨는 성경의 근본주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성경에 살인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군대는 평화를 지키는 집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군에 가는 것이 성경 말씀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인하지 않아도 다른 이들이 일으키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을 억제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등부 주일학교 교사로 사역하며 입대를 기다리고 있는 김학준(20)씨는 군대가 살인을 저지르는 곳이라는 정의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 헌법에는 침략이 아닌 방어를 위해 군대를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며 “단순히 총을 잡는다는 이유로 살인과 연결된다는 해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법 5조 1항에서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돼 있다.

묵묵히 병역의무 이행할 것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는 이들을 위해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성실히 병역을 이행하는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기독 청년들은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윤씨는 “당연한 의무인 만큼 군대에 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특별히 우월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면서 “기독교인이라면 묵묵히 병역을 이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입대를 앞두고 있는 한 전도사는 “여호와의증인이 성경을 해석하는 방식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면서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면 이들이 더 긴 복무기간과 더 어려운 복무를 감당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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