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오프라인 권하는 IT 구루들 기사의 사진
빌 게이츠 MS 창업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억만장자 빌 게이츠는 세계 출판계에서 ‘의외의 큰손’이다. 그가 블로그 게이츠노트(www.gatesnotes.com)에 올리는 서평 덕분이다. 올해도 휴가철을 앞두고 예의 ‘이번 여름에 읽을 만한 책 5권’이 떴다. 지난 5월 21일 이후 주요 매체들이 잇따라 그 명단을 싣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에도 조만간 번역 출간될 것이다.

올여름 ‘게이츠 북’에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 첫아들을 잃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고뇌를 다룬 ‘링컨 인 더 바도(Lincoln in the Bardo)’, 빅 히스토리 창시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오리진 히스토리(Origin History)’ 등이 포함됐다. 그중에서도 최고 강추는 지난해 작고한 스웨덴의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 등이 쓴 ‘사실(Factfulness)’이었다. 영문제목 ‘팩트풀니스’는 저자가 만들어 낸 단어로 ‘강력한 사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태도’라는 뜻이다. 세상을 흑백으로 나누려는 경향, 사건을 확대 해석하고 관점을 왜곡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이츠의 책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인터뷰에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어린 시절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고 했다. 그의 책사랑은 그가 종이책을 고집한다는 데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번에도 국내외 친구와 지인, 기자들에게 이 다섯 권을 한 묶음으로 선물했다고 한다.

게이츠가 누구인가. 컴퓨터 대중화의 물꼬를 터 오늘의 디지털세상을 연 주역 중 주역이다. 그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다양한 SNS를 사용하는 게 그답지 않은가. 왜 읽는 데 최소한 수시간이 걸리고 들고 다니기에도 불편한 수백 장의 종이더미를 이토록 주창하는가.

종이책만을 고집하는 결벽증은 없지만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책벌레요, 독서를 인간이 하는 가장 고귀한 행위 중 하나로 보는 데 차이가 없다. 그는 2015년 페이스북에 ‘책의 해(A year of book)’ 페이지를 열어 페이스북 회원들에게 책 읽기를 독려했다. 온라인 독서 클럽을 만들어 회원들과 하나의 책을 선정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극도의 주의산만의 시대에, 아니 이런 시대일수록 독서를 통한 성찰이 중요하다는 게 이들 IT 구루(권위자)가 보내는 메시지다.

독서 권장은 요즘 실리콘밸리가 눈을 돌리는 큰 흐름의 지류일 수 있다. 이 흐름은 의도적인 ‘디지털 절연’이다. 구글은 최근 열린 연례 자이스트가이스트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에게 노르웨이 탐험가인 엘링 카게가 쓴 ‘소음으로 가득찬 시대에서의 침묵(Silence in the Age of Noise)’을 배포했다. 이 책은 철저한 고독 속에서 홀로 50일간 남극을 트레킹한 카게의 체험을 담았다. 카게는 인간은 가끔씩 의도적으로 모든 소음과 디지털기기 등 주의를 빼앗는 것들로부터 벗어나야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질리언 테트도 최근 세계 IT업계 거물들이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에 자녀들이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디지털 소음의 폐해를 절감하고 스마트폰과 와이파이가 없는 외딴 광야에서 가족 캠핑을 즐기는 구글 최고사업책임자(CBO) 필립 신들러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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