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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나이 수업’] 3代가 행복한 조부모 육아를 위해…

[100세 시대 ‘나이 수업’] 3代가 행복한 조부모 육아를 위해… 기사의 사진
<일러스트=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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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에서 한 글자, 부모에서 한 글자를 따서 제목은 ‘모(母)-모(母) 교육’으로 지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참가자도 있었다. 경기도의 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그동안 조부모 중심으로 진행해 오던 ‘조부모 육아’ 교육을 조부모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도록 바꾼 첫날이었다.

자기소개를 들어 보니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현재 조부모가 손주를 기르고 있는 가정의 조부모와 부모, 앞으로 아이를 길러주기로 마음먹고 준비에 나선 조부모, 조부모가 길러주지는 않고 가끔 돌봐주는데 이왕이면 조금 더 잘 기를 방법이 있나 싶어서 온 조부모와 부모들이었다.

맞벌이 가구의 절반 정도가 전적으로든 부분적으로든 조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는 현실이지만, 흔히 ‘황혼 육아’라고 부르는 ‘조부모 육아’에 대해서는 조부모 세대 안에서도 서로 반대이거나 어긋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한쪽에서는 ‘애 본 공(功)은 없다’며 부모는 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온 힘을 다해 자식들 길렀는데 손주까지 봐달라고 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이제 내 생활 즐기면서 자유를 누리고 싶다, 손주 길러주다 병나면 누가 책임질 거냐, 마음은 있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으니 자기 아이는 제발 자기가 책임지고 길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또 한쪽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나한테는 손주들이 비타민이고 엔도르핀이라고 털어놓는다. 남들한테도 봉사하는데 내 자식이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부탁한 거니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고 있다, 내 손으로 길러주니 손주들도 잘 따르는 거다, ‘두벌자식이 더 곱다’는 옛말 그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이쯤 되면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해법을 찾는 것이 낫지 않을까. 조부모 입장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경우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나 충분한 의논 없이 얼떨결에 육아를 전담하게 되는 일이다. 손주가 아무리 귀하고 예뻐도 솔직히 길러줄 마음은 없었는데 자식들의 처지나 배우자의 강요에 압박을 느껴 마지못해 육아를 책임지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영향이 어디로 갈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부모는 어떨까. 어린아이를 떼어 놓고 일하러 나가야 하는 안쓰러운 마음에 죄책감까지 드는 데다 양육을 맡아주는 어른들에 대한 죄송함이 더해지면, 이렇게까지 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이 모든 것이 행복을 위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위로 아래로 미안하고 시간에 쫓기며 동동거리니 마음의 평화와 안정은커녕 서로 짜증 부리지 않고 넘어가는 하루가 손가락으로 꼽을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아이를 기르는 일에 할아버지만 쏙 빠져있다면 그건 안 될 일이다. 육아에 조부모가 함께 참여하면 날로 체력이 떨어지는 아이 할머니에게도 큰 힘이 될 뿐만 아니라 손주가 남녀 양성 어른들과 고르게 시간을 보내게 되니 바람직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돈 번다고 바깥으로만 돌다 보니 아이들과 같이 보낸 추억이 거의 없고 자식들과 왠지 서먹하기까지 하다고 씁쓸해하는 남자 50플러스들을 흔하게 만난다. 늦지 않았으니 손주 양육에 관심을 갖자. 전적으로 맡아 길러줘야 할 상황이라면 부부가 함께, 간간이 만나 놀아줄 때도 흐뭇한 미소에 팔짱 끼고 바라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손주와 함께하자. 상상할 수 없는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 재미를 느끼고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거저 주어지는 복은 아니어서 간절한 기도에 정성껏 내미는 손길이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주님의 종들의 자녀는 평안하게 살 것이며, 그 자손도 주님 앞에 굳건하게 서 있을 것입니다.”(시 102:28, 새번역)

▒ 조부모 육아를 위한 지혜

하나, 조부모의 체력이 우선이다

조부모의 체력 안배를 위해 반드시 휴식시간을 챙겨야 한다. 특히 한집에 동거하며 손주를 돌보는 경우 쉬는 시간이나 수면시간을 따로 정해 놓지 않으면, 종일 근무에 야근까지 하는 셈이다. 몸에 무리가 오기 전에 조부모는 자기 몸 관리를 하고 부모는 육아 이외의 식사준비,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의 부담을 줄여드리도록 한다. 조부모가 육아와 살림 모두에 신경을 쓰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져 아이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조부모는 철인이 아니다.

둘, 수고에 따른 보상

부모는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일정액을 정해서 조부모께 드리도록 한다. 양육비 조금 내놨다고 무리한 요구를 해대는 예외적인 자식을 제외하고는, 조부모 쪽에서도 수고에 따른 인사를 하도록 자식들을 가르치자. 혹시 노후자금이 넉넉하다면 자식들이 챙겨주는 손주 양육비는 따로 모아놓았다가 이다음에 조손간에 여행이라도 같이 가면 좋지 않을까.

셋, 육아방식의 차이를 인정하자

‘손주는 내 아이 아닌 내 자식의 아이’다. 위급상황에는 곁에 있는 조부모가 달려간다 해도 결국 모든 결정은 양육의 책임자인 부모 몫이다. 그러니 부모의 양육방식을 따르도록 하되, 조부모의 경험과 지혜를 존중해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조부모와 부모의 갈등은 아이들에게 전쟁과 마찬가지 정도의 불안을 가져오므로 주의한다.

넷, 돌봄 약속 작성

돌봄 시간, 돌봄 기간, 양육 사례비, 조부모와 부모가 서로에게 최우선적으로 원하는 몇 가지를 의논해 간단한 문서로 남긴다. 구속력을 가진 계약서라기보다는 존중의 의미를 담은 약속이다. 이 모두는 결국 아이로 인해 3대(代)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

유경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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