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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더위! 동서양 古典 탐방으로 지친 심신 힐링하세요

명사 7인의 여름휴가 추천 도서

푹푹 찌는 더위! 동서양 古典 탐방으로 지친 심신 힐링하세요 기사의 사진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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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또다시 단꿈에 빠질 시간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그동안 휴가 계획을 짜면서 지난 반년을 버텼을 테고 푹푹 찌는 더위에 맞섰을 것이다. 어쩌면 당장 오늘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저 멀리 휴양지로 떠날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금주에 ‘책과 길’에서 준비한 기사는 명사들이 꼽은 여름휴가 추천 도서 리스트다. 분야는 고전으로 한정했다. 휴가철이 아니라면 진득하게 고전의 세계를 탐방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그런데 막상 설문을 진행하니 나온 지 얼마 안 된 작품을 꼽는 응답자도 있었다. ‘현대의 고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작품이어서 그대로 반영하기로 했다. 이번 휴가에 읽지 못하더라도 쟁여놨다가 훗날 찾아 읽으면 좋을 만한 책들일 것이다.

오웰이 살았던 시대를 실감할 수 있어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미문의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요리사 박찬일(사진). 그는 조지 오웰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꼽았다. 이 작품은 오웰이 영국 탄광 지대에서 노동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써 내려간 르포르타주다. 한국어판 첫머리를 장식한 건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의 추천사. 그는 “오웰의 사회주의를 이해하자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필독서”라고 적었다.

그런데 박찬일이 이 작품을 추천한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박찬일은 “오웰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읽을 때마다 큰 감동을 느낀다”고도 했다. “비슷한 이유에서 박태원의 ‘천변풍경’도 추천하고 싶다. ‘천변풍경’을 읽으면 1930년대 서울 시민의 삶이 지금과 비슷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2014년 출간 당시 ‘올해의 책’ 오른 수작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정재승(사진)은 박람강기한 필력과 족탈불급의 입담을 동시에 갖춘 물리학자다.

설문에서 ‘현대의 고전’을 추천한 대표적인 응답자가 정재승이었는데, 그가 언급한 책은 제목만 들어도 기분이 까라지는 미국 의사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였다. 2014년 출간 당시 해외 유수 언론이 뽑은 ‘올해의 책’에 거의 빠짐없이 오른 수작이다. 연명치료의 폐해를 고발하면서 인간다운 죽음을 맞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정재승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이렇게 소개했다. “편안한 죽음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삶의 한순간이라는 걸 알려준다.” 실제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포르투갈 ‘국민 시인’이 남긴 유일한 산문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음악평론가 임진모(사진)는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스마트폰에 저장해놓은 글귀를 보여줬다.

“항상 나는 이 도시에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낱 외로운 망명객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내 생각의 깊은 중심에서 나는 내가 아니었다.”

이 문구는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에 담긴 글귀다. ‘불안의 책’은 페소아의 미완성 원고를 깁고 다듬어 완성된 작품이다. 그가 남긴 유일한 산문으로 고인의 치열했던 성찰의 흔적과 감각적인 사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임진모는 이 책의 가치를 이렇게 치켜세웠다. “익명의 사회에서 주체로서의 나를 찾는 일이 지닌 가치!”

간결한 문체로 흥미로움 더하는 추리소설
레이먼드 챈들러 ‘안녕 내 사랑’


“역시 여름휴가지에서는 추리소설이 좋지 않을까?” 이렇게 되물으면서 소설가 정유정(사진)이 언급한 책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안녕 내 사랑’이었다. 어둡거나 무거운 책들만 꼽는 답변이 이어지다가 휴가철에 어울리는 추리소설이 등장하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정유정에게 “챈들러의 작품은 ‘기나긴 이별’만 봤다”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챈들러 팬은 두 부류다. ‘안녕 내 사랑’을 좋아하거나, ‘기나긴 이별’을 좋아하거나. 내가 생각하기엔 ‘안녕 내 사랑’은 ‘챈들러 입문용’으로 제격이다. 간결한 문체를 바탕으로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머러스한 대목도 많다.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탐정 필립 말로에게 반하게 될 것이다.”

100종이 넘는 책 중 지난 4월 나온 완역본
이순신 ‘난중일기’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가 어떤 작품인지 소개하는 건 사족에 가까울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충무공의 강인한 리더십과 인간적 면모를 두루 확인할 수 있는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난중일기는 모두가 알지만, 대다수가 모르는 책이기도 하다.

영화사 명필름을 이끌고 있는 심재명(사진) 대표는 ‘난중일기’를 이렇게 평가했다. “7년간의 전쟁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면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내면의 기록.”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어떤 난중일기를 골라서 읽어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 예컨대 온라인서점에 접속해 ‘난중일기’만 검색해도 100종 넘는 책이 등장한다. 만약 인내심을 갖고 이 작품을 깊숙이 파고들고 싶다면 역사 칼럼니스트 박종평씨가 지난 4월 출판사 글항아리에서 펴낸 책이 좋을 것이다. 참고로 완역본인 이 책은 쪽수만 1200페이지가 넘는다.

현대물리학 세계를 잘 설명해준 1994년作
미치오 카쿠 ‘초공간’


건축가 유현준(사진)이 추천한 과학책이다. ‘평행우주, 시간왜곡, 10차원 세계로 떠나는 과학 오디세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요령부득인 제목에 난해한 부제까지 붙었으니 과학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얼마간 저어한 기분까지 느낄 듯하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물리학의 세계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교양서이기 때문이다.

1994년 처음 출간됐을 때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인간이 4차원이 아닌 10차원의 시공간에 살고 있다는 이색적인 주장이 담겨 있다. 블랙홀 웜홀 평행우주 같은 용어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각기 다른 세계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들려준다. 유현준은 “내 생각의 지평을 한 차원 높여주고 넓혀준 책”이라고 소개했다.

조선 후기 민중의 고달픈 삶 그린 역사소설
황석영 ‘장길산’


개인적인 얘기를 꺼내자면 언젠가 여름휴가를 앞두고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세트로 구입한 적이 있다. 휴가 때 20권에 달하는 이 소설을 독파해야지 다짐했지만 끝까지 읽진 못했었다. 하지만 그해 여름 ‘토지’를 읽으면서 피서를 즐긴 기억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황석영의 ‘장길산’은 한국 문학사에서 손꼽히는 대작이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가상의 인물 장길산이 반란의 깃발을 들고 지배층에 맞서는 스토리가 실렸다. 민중의 고달픈 삶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염원이 장엄하게 펼쳐지는 대단한 역사소설이다.

12권이나 되는 이 작품의 일독을 권한 인물은 이욱정(사진) KBS PD였다. 음식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와 ‘요리인류’를 만든 연출가여서일까. 그는 ‘장길산’을 추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언제 읽어도 통쾌하고 시원한 맛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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