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왜 교회 떠났는지 말할 곳이 필요했어요”

‘교회를 떠났다’ SNS 페이지 운영자 이성민씨

[예수청년] “왜 교회 떠났는지 말할 곳이 필요했어요” 기사의 사진
‘교회를 떠났다’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인 이성민씨가 지난 9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페이지 운영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씨는 “페이지가 경청 공감 위로 회복의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이씨가 운영하는 페이지 캡처.송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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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SNS에 ‘교회를 떠났다’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교회를 떠난 사연이 담겨 있었다. 지난 9일 서울 천호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해당 페이지 운영자 이성민(36)씨 역시 교회를 떠났던 사람이었다. 주변에선 그를 ‘가나안 교인’이라고 불렀다.



“교회 문을 여는 게 어느 순간 낯설어졌다”

가나안 교인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을 의미한다. ‘(교회에) 안 나가’는 교인을 뒤집어 표현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후 가려 했던 약속의 땅 가나안이 역설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발간한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가나안 교인은 2012년 10.5%에서 2017년 23.3%로 증가했다. 미혼, 인천·경기·경상도 지역, 그리고 중·고등학교 이전에 교회 생활을 시작한 층에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씨 역시 많은 부분 통계와 겹쳤다. 아버지가 목회자인 이씨는 모태신앙이었다. 경상도 지역에서 자랐고 공교롭게 그가 떠난 교회는 인천에 있었다. 하지만 교회를 떠난 이유는 한목협의 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다. 이씨는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인천의 A교회에 정착했다. A교회에는 목회자가 담임목사뿐이었다. 교회가 분쟁을 겪은 경험이 있어 담임목사는 부교역자와 동역하길 꺼렸다. 자연스레 이씨가 유초등부 설교까지 맡아 봉사했다. 신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설교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누구보다 교회 일에 열심을 다했다.

그런 그가 교회를 떠나게 된 건 사람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특히 담임목사와 관계가 틀어졌다. 교회 운영에 의문을 품은 게 발단이었다. 이씨는 담임목사가 교회 운영을 독단적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제직회도 열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시선이었다. 2014년 송구영신 예배 때 “성경 넘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예배를 못 드리겠다”는 사모의 말이 결정타가 됐다. 이씨는 2015년 초 20대의 전부를 보낸 교회를 미련 없이 떠났다. 이씨는 “교회를 떠난 순간부터가 고행의 시작이었다. 여러 곳을 전전했지만 정착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교회 문을 여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어느 순간 낯설어졌다”며 “그렇게 교회에 아예 나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교회 떠난 사람들은 마음 속에 응어리가 있다”

이씨는 6개월 정도 교회를 완전히 떠나 있다 2015년 말부터 다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회에 등록하진 않았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회복이 더뎠다.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왔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교회를 떠났다’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씨는 “떠난 교회 교인들은 저들이 왜 떠났는지 묻지 않는다”며 “교회를 떠난 사람들은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다. 왜 떠났는지 말할 곳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페이지 초반에 나오는 얘기는 모두 이씨 본인 얘기다. 예상치 못하게 페이지 개설 3주 만에 제보가 들어왔다. 지금은 하루 10건에서 많게는 20건까지 들어온다. 현재까지 누적 제보 건수만 380여건이다.

제보자들 대부분은 이씨처럼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교회를 떠났다. 한목협 조사에서는 가나안 교인이 된 이유로 얽매이기 싫어서(44.1%)가 가장 많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교회를 떠난 제보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씨는 교회에 경청과 공감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교회(목사)는 답을 내려준다. 힘들다고 하면 ‘괜찮다’ ‘수고했다’ 말 한마디면 되는데 그 말을 듣기가 힘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교회를 떠났지만 가나안 교인은 아니다”

‘교회를 떠났다’ 페이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뉜다. 교회 이탈을 조장하는 것 같다고 보는 시각과 교회를 떠난 이들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목회자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정확히 반반으로 나뉜다고 했다. 부정적 시각 중엔 이들을 가나안 교인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씨는 “가나안 교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가나안 교인이 단순히 교회를 떠난 사람을 통칭한 것이라면 나도 거기 속할 것이다. 하지만 가나안 교인이 ‘안 나가 교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나는 거기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이지 제보자들 역시 자신을 가나안 교인이라 부른 이는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자신을 비롯해 페이지 제보자들도 이와 달리 교회에 정착하고픈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제보자 중엔 응원 댓글에 힘을 얻어 다시 교회로 복귀한 이들도 있었다. 이씨는 “제보가 늘면서 생각한 페이지의 역할이 있다. 경청, 공감, 위로, 회복이다”며 “이 역할을 충족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이씨는 요즘 ‘교회를 떠났다’ 시즌2를 준비 중이다. 시즌1이 경청과 공감, 위로에 중점을 뒀다면 시즌2는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이씨는 “교회를 떠난 뒤 회복 과정에 있는 분들이 있다. 제보를 바탕으로 교회로 돌아오는 이들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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